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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캐나다·멕시코·중국 관세폭탄 강행에 美 기업·소비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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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캐나다·멕시코·중국 관세폭탄 강행에 美 기업·소비자 비상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사라고사-이슬레타 국경 검문소 인근 도로에서 화물 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사라고사-이슬레타 국경 검문소 인근 도로에서 화물 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각)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기업들과 소비자들이 상당한 비용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일 로이터통신과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조치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는 25%의 관세가, 중국산 제품에는 10%의 관세가 각각 부과되는 것이 확정됐다. 다만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석유, 천연가스, 전력 등 에너지에는 10%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트럼프는 “미국의 일자리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지만 캐나다, 멕시코, 중국은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조치에 상응하는 25%의 보복관세를 최대 1550억 달러(약 226조 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부과하겠다”고 즉각 발표했고 멕시코 역시 보복 관세를 즉각 발동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역시 “미국의 부당한 조치를 강력히 반대하며 정당한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중국 상무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예일대 산하 예산연구소는 트럼프의 이번 관세 조치로 미국 가구당 연간 1000~1200달러(약 145만~175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언스트앤영의 그레고리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의 이번 관세 조치로 올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인 2.9%에서 0.4%포인트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지난해 2.8% 성장했던 미국 경제가 올해 1.5%, 내년에는 2.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미국 기업들도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모습이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의류업체 ‘스키니티즈’를 운영하는 린다 슐레싱어-와그너는 “중국산 의류를 수입하는 우리 입장에서 10%의 관세는 엄청난 비용 부담이 된다”면서 “고객들에게 가격을 전가하지 않고 흡수할 계획이지만 장기적으로 큰 타격이 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의료용품을 유통하는 ‘에어로플로우 헬스’의 케이시 하이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회사는 중국에서 수입한 유축기와 같은 의료기기를 보험을 통해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면서 “새 관세가 적용되면 제조 비용이 증가하지만 보험사와 계약상 가격을 조정할 수 없어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자동차업계와 건설업계에서도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국경 인근에는 수많은 자동차 및 항공우주 관련 기업들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들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주요 부품을 수입하고 있다. GM과 토요타 등 주요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이번 조치가 생산비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른바 ‘빅3’ 완성차 제조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의 맷 블런트 회장은 이날 낸 성명을 통해 “미국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표 관세로 인해 경쟁력이 저하될 위험에 처했다”면서 “미국 내 자동차 생산 비용이 늘어나면 결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타겟도 인플레이션과 맞물려 물가 상승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소매협회(NRF)는 “이번 조치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높은 가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정부가 다른 방법을 통해 무역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부 업종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전미철강노조는 "캐나다와 무역은 연간 1조3000억 달러(약 1895조8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데 이번 조치는 미국과 캐나다 산업 전반에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선식품 공급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지역의 토마토 유통업자인 로드 스브라기아는 “미국 소비자들은 앞으로 더 비싼 과일과 채소를 구매해야 할 것”이라면서 “특히 아보카도, 바나나, 꽃시장에서 유통되는 절화 등 보관이 어려운 품목은 며칠 내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과거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비슷한 관세 정책이 시행된 후 농업과 제조업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었고 그에 따라 보조금 지급이 불가피했던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무역전쟁으로 인해 농민들에게 수십억 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