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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기반 '위상 전자 결정' 발견...양자 컴퓨팅 혁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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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기반 '위상 전자 결정' 발견...양자 컴퓨팅 혁신 기대

꿈의 신소재 그래핀, 꼬아 쌓았더니 '얼음처럼 굳은 자유' 현상 발견
저항 없이 전류 흐르는 '위상 전자 결정', 양자컴퓨팅 발전에 '청신호'
뫼비우스 띠 닮은 특이 구조, 양자컴퓨터 큐비트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
연구자들이 그래핀 층을 비틀어서 전자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지만 전류는 저항 없이 가장자리를 따라 흐를 수 있는 독특한 전자 결정을 발견했다고 사이테크데일리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사진=이미지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연구자들이 그래핀 층을 비틀어서 전자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있지만 전류는 저항 없이 가장자리를 따라 흐를 수 있는 독특한 전자 결정을 발견했다고 사이테크데일리가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사진=이미지크리에이터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에서 전자들이 마치 얼음처럼 고정되면서도 전류는 저항 없이 흐르는 놀라운 현상이 발견됐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특이한 구조를 가진 이 '위상 전자 결정'은 양자컴퓨팅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위상 전자 결정 (Topological Electronic Crystal)은 최근 과학자들이 발견한 새로운 형태의 물질 상태로, 독특한 양자역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꼬인 그래핀 층에서 펼쳐진 놀라운 현상


2일(현지시각) 과학뉴스 온라인매체 사이테크데일리에 따르면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 워싱턴 대학교, 존스 홉킨스 대학교 연구진은 특별히 설계된 그래핀에서 새로운 종류의 양자 상태를 발견하고,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꼬인 이중층-삼중층 그래핀이라는 독특한 재료 속 '위상 전자 결정'의 존재를 밝혀냈다. 이 시스템은 극도로 얇은 그래핀 층을 정밀하게 회전시켜 쌓아 만들어지며, 이는 전자들의 행동 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사이테크데일리에 따르면 UBC 물리 및 천문학과이자 블루손 양자 물질 연구소(UBC Blusson QMI)의 일원인 조슈아 포크(Joshua Folk) 교수는 "이 연구의 출발점은 벌집 구조로 배열된 탄소 원자로 구성된 두 개의 그래핀 조각"이라며 "전자가 탄소 원자 사이를 뛰어다니는 방식이 그래핀의 전기적 특성을 결정하는데, 이는 구리와 같은 일반적인 도체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모아레 패턴, 전자 움직임의 '변곡점'


연구진은 두 개의 그래핀 조각을 서로 꼬아 쌓았다. 그러자 '모아레 패턴'으로 알려진 기하학적 간섭 효과가 일어났다. 모아레 패턴은 규칙적인 간격으로 반복되는 무늬가 서로 겹쳐지면서 새로운 무늬가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핀 스택의 일부 영역에서는 두 조각의 탄소 원자가 서로 바로 위에 있었고, 다른 영역에서는 원자가 어긋나 있었다.

포크 교수는 "전자가 꼬인 스택에서 이 모아레 패턴을 뛰어넘을 때, 전자적 속성이 완전히 바뀐다"며 "예를 들어, 전자는 속도가 훨씬 느려지고, 때로는 욕조 배수구에서 물이 빠져나갈 때 소용돌이처럼 움직임에 꼬임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실험실에서 포착한 '놀라운 순간'


사이테크데일리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핵심 발견은 UBC 학부생 루이헝 수(Ruiheng Su)가 워싱턴 대학의 매튜 얀코위츠 (Matthew Yankowitz)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후 연구원 다센 워터스(Dacen Waters) 박사가 준비한 꼬인 그래핀 샘플을 연구하던 중 포착했다.

포크 교수 연구실에서 실험하던 수는 그래핀의 전자가 완벽하게 정렬된 배열로 얼어붙어 제자리에 고정되면서도, 마치 발레 무용수가 우아하게 정지 피루엣을 추는 것처럼 일제히 회전하는 독특한 구성을 발견했다.

이러한 동기화된 회전은 전류가 샘플의 가장자리를 따라 손쉽게 흐르고, 전자가 고정되어 내부는 절연 상태를 유지하는 놀라운 현상을 일으킨다. 마치 춤을 추면서도 동시에 얼어붙어 있는 듯한 전자들의 모습은 연구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자연의 기본 상수 비율로 결정되는 전류의 양


놀랍게도,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는 전류의 양은 자연의 두 가지 기본 상수, 즉 플랑크 상수(양자역학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리 상수)와 전자의 전하의 비율에 의해 정확하게 결정된다. 이 값의 정밀도는 '위상수학'으로 알려진 전자 결정의 속성에 의해 보장된다. 위상수학은 적절한 변형으로 인해 변하지 않는 물체의 속성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얀코위츠 교수는 "도넛을 먼저 자르지 않고는 프레즐 모양으로 매끈하게 변형할 수 없는 것처럼, 경계 2D 전자 결정 주위의 전자 순환 채널은 주변 환경의 무질서에 의해 방해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과거의 전통적인 위그너 결정에서 볼 수 없었던 위상 전자 결정의 역설적인 행동을 초래한다. 결정이 전자를 동결시켜 정렬된 배열을 형성하더라도 경계를 따라 전기를 전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뫼비우스의 띠와 '운명적인 만남'


위상수학의 일상적인 예로는 '뫼비우스의 띠'가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종이 조각을 가져다가 고리 모양으로 만들고 양쪽 끝을 붙이기 전에 한 번 꼬아서 만든다. 이 띠는 한 면과 한 모서리만 가진 특이한 구조를 갖는다. 뫼비우스의 띠는 종이 조각을 찢지 않고는 정상적인 고리 모양으로 꼬아 펼 수 없다.

결정 내에서 전자의 회전은 뫼비우스의 띠의 꼬임과 유사하며, 과거에 전자 결정이 관찰된 드문 사례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위상 전자 결정의 놀라운 특성으로 이어진다. 즉, 전자가 저항 없이 흐르는 가장자리는 결정 자체 내에서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양자컴퓨팅, 새로운 '길'을 열다


위상 전자 결정은 단순한 이론적 호기심을 넘어 양자 정보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독특한 전자 상태를 초전도성과 결합하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으며, 이는 차세대 위상 양자 컴퓨터를 위한 큐비트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단계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래핀이 단순한 '꿈의 신소재'를 넘어 양자컴퓨팅 시대를 여는 핵심 재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얼어붙었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전자들의 움직임은 양자컴퓨팅의 미래에 밝은 '청신호'를 켰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