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금융정책이 정부와 내각의 엔저 경계로 인한 정책 변화의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금융정책과 관련해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일본 정부와 내각의 입장이었지만, 환율로 인해 의견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금리정책이 다시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5일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을 둘러싸고 이시바 시게루 정권 내에서의 변화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내각 출범 후 일본 경제정책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아카자와 료마 경제재생 담당상은 올해 1월 일본은행 금융정책회의 결정 전 금리 인상 용인이라는 발언으로 일본은행을 존중하는 발언을 했지만, 금리 인상 후 다시 “(시장 변화에)적절한 운영을 기대한다”며 다소 애매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아카자와 재생상은 이시바 정권이 출범한 지난해 10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 주셨으면 하고, 경제를 냉각시키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또 올해 1월 8일 일본 기자 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 물가안정 목표를 지향하는 정부와 일본은행의 노력은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정부 내각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0.5%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한 직후인 1월 28일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정책운영에 대해 “중국 경기와 미국 정책,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해서는 충분히 주의하겠다”고 말하고, 일본은행에 대해 “2% 물가목표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실현을 위해 적절한 정책 운영을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전문가들은 경제정책의 사령탑의 발언 변화에 대해 환율 동향이 그 배경에 있다고 지적한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가토 가쓰노부 재무장관 등 주요 각료들 또한 “일본은행에는 2% 물가안정목표의 지속적·안정적 실현을 위해 적절한 금융정책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라며 정부 내각의 의견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한 경제관광청 차관은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이 이시바 총리와와 긴밀한 관계라며 “총리가 외교·안보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시바 정권의) 경제정책은 주로 아카자와 씨가 혼자서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내각부 간부는 “취임 초기 이시바 정권은 재정·금융정책은 긴축 지향적이라는 견해가 많았고, 아카자와 씨를 중심으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런 입장은 마무리된 분위기”라며 “현재 총리 관저가 우려하는 것은 엔저이며, 정권 출범 초기에는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금리 인상을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이후 엔화가 달러 대비 160엔에 육박하는 등 다시 엔저 압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카자와 재생상은 3일 일본 국민들의 고민은 비용 상승형 물가상승이라며 엔저를 경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엔화 약세로 인해 수입물가가 올라가고, 이것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민들이 물가상승으로 생활이 어렵다는 것은 강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다만 6월 도쿄도의회 선거,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당 내에서는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목소리가 많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서 엔고 추세가 정착된다면 정권은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계속 보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일본 내각부 간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1월 말 딥시크 쇼크 이후 리스크 오프로 환율이 엔고 추세에 있으며, 정부는 완만한 엔고가 진행될 경우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메시지를 내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