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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순환매수인가, 매도세 임계점 도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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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순환매수인가, 매도세 임계점 도달인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일하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욕 주식 시장이 기로에 섰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3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시대가 시작되고, 이를 계기로 AI 테마가 시장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이제 끝자락에 접어들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상승 주역이던 M7 빅테크는 올해 고전하기 시작했고, 그 바통을 가치주가 넘겨 받은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것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시장 무게 중심이 이동하는 순환매수(로테이션)가 아니라 대대적인 매도세의 전조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힘 빠진 M7


M7 빅테크는 올해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 빅테크의 100분의 1 비용으로 챗GPT와 맞먹는, 또 어떤 면에서는 이를 능가하는 탁월한 성능을 냈다는 보고서를 1월 말 공개한 뒤 M7 관련주들이 급락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예상을 크게 밑돌 수 있다는 우려로 엔비디아는 1월 27일 이후 주가가 12.4% 급락했고, 알파벳은 14.7%, 마이크로소프트(MS)는 10.6% 급락했다.

M7 빅테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라운드힐 M7 ETF(MAGS)는 같은 기간 9.1% 급락했다.

성장주에서 가치주


M7에서 이탈한 자금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나머지 493개 종목과 해외 주식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M7 비중이 약 3분의 1에 이르는 S&P500 지수는 올해 1.24% 오르는 데 그친 반면 M7이 500개 편입 종목 가운데 단 7개 비중에 그치는 S&P500 동등비중지수는 그 두 배가 넘는 2.61% 상승했다.

성장주가 집중된 나스닥 지수는 올해 아예 2.4% 하락했다.

중소형주를 포함해도 마찬가지 흐름이 나타난다.

배런스에 따르면 러셀1000 가치주 지수는 올해 3.4% 뛴 반면 러셀1000 성장주 지수는 3.5% 하락했다.

파이퍼샌들러의 차트 분석 책임자인 크레이그 존슨은 “순환매수는 강세장의 혈관 같은 것”이라면서 “지금은 (시장 하강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다른 신흥 주도주에 집중할 때”라고 지적했다.

베타 복귀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케빈 뎀스터는 현 상황을 주식 시장에서 ‘베타복귀(beta reversion)’가 이뤄지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베타란 주가 지수에 비해 개별 주식 주가 흐름이 얼마나 큰 변동성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 변동에 비해 개별 종목 주가가 얼마나 크게 움직이지는 지를 나타낸다.

강세장에서는 베타가 큰 성장주들이 빛을 발하고, 약세장에서는 변동폭이 작은, 베타가 작은 가치주들이 매력을 내뿜는다.

지난해 12월까지는 베타가 큰 종목들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올해에는 베타가 작은 종목들이 주도주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M7 빅테크가 퇴조할 것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M7의 주당순익(EPS) 전망이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레이먼드 제임스의 기관주식전략 담당 상무 태비스 매코트는 기술 업종 EPS가 올해 23% 급등해 지난해와 차이가 없을 것으로 낙관했다.

다만 지난해와 다른 점은 기술 업종이 독점하던 EPS 성장세에 필수소비재, 소재, 에너지, 통신서비스업종 등 다른 업종이 동참하면서 하락 행진을 멈추고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란 점이다.

임계점


그러나 주식 시장이 어쩌면 새로운 강세장에 필요한 조정을 겪기 위한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기술전략 책임자 존 콜로보스는 개별 종목간 주가 흐름의 상관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 같은 때에 이 상관관계가 낮고, 개별 종목이 자체 요인에 따라 움직이면 이는 순환매수가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개별 종목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종목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이는 투자자들이 종목별로 보는 대신 시장 전체의 흐름으로 묶어서 본다는 의미다.

시카고상업거래소(CBOE) 암묵적 상관지수(ICI)는 최근 크게 뛰었다. 이 지수는 옵션 거래에서 나타난 개별종목간 상관관계를 지수화한 것이다.

ICI는 지난달 20일 12.1이던 것이 최근 20.6까지 치솟았다.

20.6이 두드러지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과거 20을 넘은 경우에는 주식 시장이 하강했다.

지난 1년 사이 이 지수가 20을넘은 경우는 네 번이었고, 그때마다 S&P500 지수는 평균 3.8% 하락했다.

지난해 8월 35.7%까지치솟았을 때에는 S&P50 지수가 6.1% 급락했다. 다만 이후 강세장이 재개됐다.

ICI가 20을 넘은 것은 어쩌면 주식 시장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향후 탄탄한 강세장의 바닥을 다지는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콜로보스는 “이상적인 세계에서는 우리가 시계를 재설정해 모든 주식(가치주, 방어주도 포함해)을 쓸어내면서 내부 순환매수 게임을 끝내고 강세장으로 회귀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2년에는 ICI가 50을 돌파해 이 수준의 고공행진을 지속했고, 주식 시장은 약세장에 돌입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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