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고삐를 다시 풀어버리고, 경제는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시장을 계속 괴롭힐 전망이다.
스태그플레이션 속에서 기업들은 ‘마비’ 증세를 겪고, 실적은 악화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기술주가 특히 고전하면서 전날 나스닥 지수의 200일 이동평균선이 무너지는 등 뉴욕 주식 시장의 체질이 점차 허약해지고 있다. 200일 이평선이 붕괴되면 장기 성장 모멘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시장을 압박한다.
스태그플레이션
미 경제는 트럼프 관세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관세는 오일쇼크처럼 공급충격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후퇴한다.
이럴 경우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은 무력화된다.
1970~198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 그랬던 것처럼 연준의 인플레이션, 고용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는 상충된다.
인플레이션을 낮추려 금리를 올리면 고용이 타격을 입고, 고용을 끌어올리며 금리를 내리면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한다.
정부가 나서 공급을 확대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실적 전망 악화
트럼프 관세 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 기업 실적 전망은 악화하고 있다.
당초 시장은 규제 완화와 법인세율을 21%에서 15%로 낮추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에 기대 낙관적이었다. 관세는 위협용에 그칠 것으로도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흐름은 딴판이 되고 있다.
규제 완화와 감세는 더딘 가운데 관세는 위협용일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전광석화처럼 시행되며 주식 시장을 강타했다.
어닝스 스카우트의 닉 라이치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 때문에 주가와 실적의 상관관계가 끊어졌다고 우려했다.
라이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서 당초 기대했던 기업 실적 전망 개선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녹번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는 단순히 관세만이 문제가 아니라면서 관세부터 성장 둔화, 인플레이션, 정부효율부(DOGE), 예산 문제까지 모든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챈들러는 “이는 그저 관세의 문제가 아니라 달라진 세계관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기업 실적 전망은 예상보다 가파른 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지수 편입 기업들의 1분기 순익 성장률 예상치는 지난달 27일을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31일에 비해 3.5%포인트 낮아졌다.
기업 활동 마비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는 트럼프 관세가 불러 온 불확실성이 기업 활동을 전면적으로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BofA 주식전략팀을 이끄는 사비타 수브라마니안은 4일 분석 노트에서 “관세를 둘러싼 최대 위험은 아마도 기업 마비에 따라 재생산되는 둔화세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브라마니안은 이런 기업 마비는 트럼프 1기 집권 시절인 2018년에도 목격됐다고 지적했다.
BofA는 다만 미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점점 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낙관했다. 역사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5% 확률에 그친다는 것이다.
BofA는 트럼프 관세가 개인소비지출(PCE) 근원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0.1%에 불과하고, 국내총생산(GDP)에 미칠 영향은 이보다 더 작다고 판단했다.
대신 기업이 얼어붙으면서 투자를 중단하는 것이 더 큰 충격을 불러올 것이라고 BofA는 우려했다.
김미혜 글로벌이코노믹 해외통신원 LONGVIEW@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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