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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로 美 제조업 부활은 '요원한 꿈'...'국제 경제 시스템 재균형' 진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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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관세로 美 제조업 부활은 '요원한 꿈'...'국제 경제 시스템 재균형' 진통 예고

미국에 공장 늘어나도 블루칼라 일자리는 안 생겨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6일(현지 시각)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국제 경제 시스템의 재균형'을 모색할 것이라고 경제 정책 방향을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6일(현지 시각)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국제 경제 시스템의 재균형'을 모색할 것이라고 경제 정책 방향을 밝혔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관세 전쟁을 시작하면서 관세를 피하려면 미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주장하는 대로 관세로 인해 지난 수십 년간 사양길을 걸어온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 시각) “현재 미국의 제조업 분야 고용은 1939년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미 노동 통계국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 종사자는 전체의 8%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등에 관세를 부과하면 자동차·가전제품 등 철강을 원자재로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이 오르고, 그의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으로 제조업 분야 일손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피하려는 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는 데 성공해도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사라진 500만 개가량의 제조업 일자리를 다시 창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강조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부 장관은 “관세가 그 자체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지난 6일 뉴욕 이코노믹 클럽 연설에서 미국에 해를 끼치는 다른 나라의 무역 관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의 대외 무역수지 적자는 1314억 달러(약 190조1226억원)에 달했다. 베선트 장관은 "이런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 경제 시스템의 재균형’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중국 등이 글로벌 무역 질서를 왜곡시켰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과잉 생산된 제품을 대량 수출하고, 중국 정부 당국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국제 경제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정부가 관세로 중국의 무역 관행을 바로잡기 어렵고, 미국에서 공장 신설이 많이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라고 WP가 짚었다.

미국에서 제조업 일자리는 1979년에 1950만 개에 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후 약 20년 동안 기계화 진전 등으로 약 20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중국이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편입한 뒤인 1998년부터 2010년 사이에 미국에서 다시 6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의 무역 적자를 해소하는 데 성공하면 최대 20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생길 수 있으나 이는 세계화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WP는 “미국에 제조업 공장이 신설된다 해도 높은 임금이 보장되는 블루칼라 일자리가 생기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려던 계획을 1개월간 유예하기로 했다. 이때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30일 이내에 자동차 관련 기업이 미국으로 들어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 기간 내에 해외에 있는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기는 어렵다고 WP가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미국 제조업과 소비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하락해 시장 예상치(50.5)를 밑돌았다. 이 지표가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수축 국면을 뜻한다. 티머시 피오리 공급관리협회 회장은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이 기업들의 신규 주문, 공급업체의 납품 재고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월가에서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9일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이 올해 안에 경기 침체기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