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플랫폼스가 인공지능(AI) 시스템 훈련을 위한 자체 개발 칩을 처음으로 테스트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메타가 엔비디아 등 외부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반도체 개발을 확대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로이터가 익명의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메타는 이 칩을 소규모로 배치해 시험 중이며,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대규모 생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메타의 칩 개발은 AI 인프라 비용을 줄이려는 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메타는 AI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총 비용을 1140억~1190억달러(약 165조~172조원)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최대 650억달러(약 94조원)가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예정이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메타의 새로운 훈련 칩은 AI 전용 가속기로 일반적으로 AI 작업에 사용되는 통합 그래픽처리장치(GPU)보다 전력 효율이 뛰어나다. 메타는 대만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업체 TSMC와 협력해 이 칩을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첫 번째 ‘테이프아웃’을 완료했다. 테이프아웃은 반도체 설계가 완료돼 공장에서 초기 시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으로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대량 생산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칩 개발 프로젝트인 '메타 훈련 및 추론 가속기(MTIA)'는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왔다. 과거에도 유사한 칩을 개발했으나 초기 테스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프로젝트가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메타는 지난해부터 추천 시스템의 추론 작업에 자체 MTIA 칩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추천 시스템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사용자에게 표시되는 콘텐츠를 결정하는 데 사용된다.
크리스 콕스 메타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최근 모건스탠리 기술·미디어·통신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먼저 추천 시스템 훈련에 자체 칩을 활용하고 이후 생성형 AI 훈련 및 추론 작업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메타는 2026년까지 AI 훈련에 자체 칩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메타는 과거 자체 칩 개발 실패 후 지난 2022년 엔비디아 GPU를 대량 주문한 바 있으며 여전히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로 남아 있다.
AI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GPU를 계속 확장하는 것이 AI 성능 향상에 실질적인 효과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신흥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더 적은 연산 자원으로도 높은 효율을 내는 AI 모델을 발표하며 대형 GPU 중심의 AI 트렌드에 의문을 제기했다.
딥시크 모델 출시 이후 AI 관련 주식이 급락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한때 20% 가까이 하락했으나 이후 반등해 상당 부분을 회복했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엔비디아의 칩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