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보험 M&A] "동양·ABL 인수 막히면 1549억 中유출"… 우리금융, 비은행 강화 막판 승부

글로벌이코노믹

[보험 M&A] "동양·ABL 인수 막히면 1549억 中유출"… 우리금융, 비은행 강화 막판 승부

금융당국, 과거 경영개선·지분확보 조건부로 LG증권 인수 내줘
보험사 승인 좌초되면 中 다자보험에 보증금 물어야
'비은행 계열사 확보' 체질 개선도 실패…금융위 손에 달려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성사에 변수가 생겼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성사에 변수가 생겼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의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가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성사에 변수가 생겼다.

다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 금융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내준다면 우리금융은 보험사 인수 레이스를 완주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과거 LG투자증권 인수 당시 경영개선 계획 보고 등을 요건으로 자회사 편입을 승인해줬던 금융당국의 결정이 재현되길 기다리게 됐다. 금융권에선 금융위가 우리금융 경영 건전성 개선 등 ‘조건부 승인’ 처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생명 대표를 인수단장으로 내세워 동양·ABL생명 막바지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는 원칙적으로 경영실태평가 결과 종합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에 해당해야 계열사 인수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번 평가에서 3등급을 받은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 인수 조건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과거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사례 때문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2004년 경영실태평가에서 현재와 같은 3등급을 받은 데다 LG증권 지분을 기준치(30%)만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받은 바 있다. LG증권은 LG그룹이 해당 시기 LG카드 부실을 만회하고자 내놓았던 매물로, 현 우리투자증권의 일부 전신이다.

금감위는 당시 우리금융에 경영개선 계획서 제출, 향후 6개월 내 지분 30% 이상 확보 등 두 가지 요건을 내걸면서 조건부 인가를 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금융이 이번 인수 절차에서도 금융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지주회사감독규정 제10조 설립인가요건 등의 세부 기준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동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경영 상태가 건전한 것으로 본다.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는 비은행 계열사 확보를 위한 숙원 사업이다. 우리금융은 2014년 고비를 넘겨 인수 완료했던 우리투자증권을 NH농협금융지주에 매각한 바 있다. 당시는 민영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개선되고 양호한 실적을 달성하는 현재로선 다시 비은행 계열사를 확보해 몸집을 키우려는 것이다.

만약 이번 보험사 승인에 제동이 걸릴 경우, 우리금융은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은 중국 다자보험에 이행보증금 1549억원(거래액의 10%)을 물어주게 된다. 계약상 몰취(소유권을 박탈해 국가에 귀속) 조항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국부 유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매각을 승인했는데, 한국 금융당국이 인수를 불허하면 1549억원이 불필요하게 중국에 넘어가게 된다.

금융당국도 난감해진다. 국내 4대 은행 중 한 곳에 상당한 위약금을 물리는 것일뿐더러, 체질 개선에 나서려는 금융사의 시도를 좌초시키는 셈이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우리금융의 자회사 편입 여부를 이르면 5월 담판 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회사 편입 신청에 대한 법률상 승인 기한은 60일이며 추가 자료 요청이 있는 경우 시간이 더 걸린다.


이민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j@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