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추진 과정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는 유럽을 당황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유럽으로선 관세와 안보 홀로서기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 상공회의소 유럽지부에서 펴낸 미-유럽 경제보고서를 보면 양측의 지난해 상품 무역은 1조3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다. 서비스 무역도 75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기업이 유럽에서 올린 매출은 4조 달러를 넘는다. 무역액의 4배 이상이다. 유럽 기업도 미국에서 3조50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을 정도다.
미국의 대유럽 직접투자(FDI)는 전체의 절반 규모다. 유럽의 대미국 FDI는 전 세계 투자의 3분의 2에 이른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경제 안보 관계의 긴밀도를 보여주는 수치다.
트럼프발 관세와 안보 마찰 이후 EU 위원회는 자본시장 통합을 앞당기기로 하는 보고서도 내놨다. 자체 안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개인 저축을 유럽 자산에 투자할 경우 각종 세제 혜택을 주고 은행·보험사에 대한 자본 확충과 유럽 공통 규제안을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EU 내 은행 계좌에 묶인 자금은 11조6000억 유로다. 유럽 내 민간 총자산의 3분의 1 규모다. 국가 간 높은 투자 장벽으로 인해 저축을 선호해온 결과다.
유동성을 키우려면 은행 대출을 거래 가능한 증권으로 바꿔야 한다. 은행과 보험사에 대한 건전성 요건도 완화해야 한다.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도 미 증권거래위원회(US SEC)처럼 전환하는 게 목표다.
EU의 자본시장 통합을 위한 시도는 그동안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라 보인다. 미국 경제와 안보 의존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 경쟁력과 혁신적 스타트업을 키우려는 EU의 처방은 우리의 타산지석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