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이하 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날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 달 10일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전기차와 태양광 제품을 공개하는 행사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행사 다음 날인 11일부터는 리야드, 제다, 담맘 등 주요 도시에서 팝업 스토어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테슬라는 밝혔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한 ‘사이버캡’과 인공지능(AI) 로봇 ‘옵티머스’도 선보일 예정”이라며 “향후 사우디 내 추가 투자 계획도 곧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테슬라의 사우디 진출은 양측의 관계 회복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머스크는 지난 2018년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회동 직후 “테슬라를 비상장사로 전환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마쳤다”는 취지의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거센 논란에 휘말렸다.
이후 이 발언은 투자자들의 집단소송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머스크와 야시르 루마얀 PIF 총재 사이의 긴장감 넘치는 문자 메시지 내용도 법정에서 공개됐다. 머스크는 루마얀 총재에게 “나를 희생양 삼고 있다”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재입성에 성공하고 머스크가 트럼프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뒤 분위기는 달라졌다. 같은 해 11월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루마얀 총재와 함께 뉴욕에서 열린 종합격투기(UFC) 경기를 관람했고 한 달 전에는 사우디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FII)’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깜짝 등장하며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사우디에 4년간 1조 달러(약 1350조원) 이상을 미국 경제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달에는 첫 해외 방문지로 사우디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걸프 지역 최대 자동차 시장이지만 전기차 비중은 아직 1%에 불과하다. 지난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 전기차 시장은 중국 비야디와 PIF가 투자한 루시드 등의 영향으로 서서히 확대되는 추세다. PIF는 루시드에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최대 주주가 됐으며 아직 출시 전이지만 자국 전기차 브랜드 시어에도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대형 SUV 등 휘발유 차량이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충전 인프라도 부족해 사막 도로에서 전기차 주행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