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일반 제품과 시장 구조 달라…딥시크 등으로 수요 영향받지 않을 것
이달 HBM4 12단 샘플 고객사 제공…HBM3E와 HBM4, 같은 플랫폼 사용으로 생산 조절
이달 HBM4 12단 샘플 고객사 제공…HBM3E와 HBM4, 같은 플랫폼 사용으로 생산 조절

곽 사장은 이날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개최된 '제77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SK하이닉스 성장의 원동력으로 자리 잡은 HBM의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HBM은 전통적인 커모디티(상품)와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면서 "D램이나 낸드와 달리 HBM은 고객의 주문 확보 후 제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거나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저가형 AI 모델인 딥시크의 등장으로 엔비디아 등이 전개 중인 고성능 AI모델 수요가 감소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곽 사장은 "딥시크의 AI 연산 효율 최적화로 고사양 내지는 고용량 AI 메모리 제품 수요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딥시크 같은 AI 모델의 등장으로 신규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양질의 AI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AI 시스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나 AI 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는 HBM의 수요가 지난해와 같이 올해도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AI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 중인데 AI 시장의 수요는 곧 HBM의 수요와 직결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SK하이닉스는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돌파했고, SK하이닉스는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SK하이닉스의 1위 수성 전략으로 곽 사장은 기술력과 유연한 대응 능력을 제시했다. 그는 "이번 달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제품 샘플을 고객사에 제공했다"면서 HBM시장에서 SK하이닉스만의 높은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어 "HBM3E와 HBM4는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어 생산 분야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운영 효율화를 위한 내부적인 전략도 공개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이달 6일 수익성이 부진했던 CMOS 이미지센서(CIS)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곽 사장은 이와 관련해 "AI 관련 사업으로 리소스를 모으는 게 좋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CIS 사업부문 역량을 AI 메모리 분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비롯해 경쟁자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선 "4월 2일 트럼프 행정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공개되면 대응책을 내놓겠다"면서 "중국 내수시장·중저가용 레거시(범용) 제품에 치중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달리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고용량·프리미엄 제품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이에 치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