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용산 몬드리안호텔에서 제51기 정기주주총회를 연다. 주총에서는 연결·별도 재무제표 승인, 이사 수 상한이 없음을 전제로 한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등이 안건으로 다뤄진다.
하지만 주총은 1시간이 지난 10시에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1월 임시주총 때와 같이 중복 위임장이 많이 발견되어 이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상대가 제출한 자료가 원본 데이터와 달라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지고 있다"며 "이제 입장을 시작했다"고 했다.
반면 영풍·MBK파트너스는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이 내부거래를 통해 썬메탈홀딩스(SMH)의 영풍 지분을 늘리려 주총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영풍의 주식 배당으로 상호주 구조가 해소된 상태에서 인위적으로 상호주 외관을 다시 작출하기 위해 주총 개회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며 "영풍정밀 등 내부자로부터 페이퍼컴퍼니인 SMH로 주식을 양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벌고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이날 고려아연 주총은 파행이 예상된다. 이들은 영풍의 의결권 제한 여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전날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하지만 같은 날 정기주총을 연 영풍이 주식 배당으로 썬메탈홀딩스(SMH)의 영풍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낮추며 상호주 제한을 적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영풍 측은 "주당 0.04주의 주식배당이 이뤄짐에 따라 6만8805주의 신주가 발행됐고 이에 따라 SMH가 보유한 영풍 주식은 영풍의 발행주식총수의 10% 미만으로 하락하게 됐다"고 했다.
한편, 이날 주총장 앞에서는 고려아연·홈플러스 노조들이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홈플러스 회상, MBK파트너스가 책임져라' 'MBK의 대국민 사기극'이 적힌 피켓을 들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