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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위스키 업계,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직격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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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위스키 업계, ‘트럼프발 무역전쟁’에 직격탄 우려

지난 2018년 6월 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터스의 한 식료품점 주류 코너에 잭다니엘을 비롯한 위스키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018년 6월 6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터스의 한 식료품점 주류 코너에 잭다니엘을 비롯한 위스키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로운 무역전쟁이 자국 버번 위스키 업계를 또다시 흔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개한 전방위 관세 정책으로 인해 유럽연합(EU), 캐나다, 중국 등이 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미국 위스키 수출길이 막히고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8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내 위스키 산업은 이미 지난 트럼프 정부 1기 당시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보복 관세의 주요 대상이 된 바 있으며 이번에는 그 여파가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켄터키주 호즈엔빌에서 1만 에이커 규모의 농장을 운영 중인 공화당 소속 주 하원의원 라이언 비븐스는 “지금 이 상황은 우리에게 매우 어려운 시점에 닥쳤다”며 “이 상황이 오래 지속돼선 안 된다.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븐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협상 노력 자체는 지지하지만 자신이 납품하고 있는 버번 증류소가 옥수수 주문을 줄일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이 지난주 자국산 대두에 대한 추가 관세를 발표하면서 또 다른 위협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위스키에 50%의 고율 관세를 예고했으며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와인과 주류에 대해 200%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했다. 캐나다도 이미 미국산 위스키에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했으며 일부 주에서는 잭다니엘 등 미국 브랜드의 위스키가 매대에서 철수됐다.

미국 증류주협회의 크리스 스웡거 회장은 “우리 업계가 아무런 이유 없이 관세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며 “관세에서 완전히 제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켄터키주는 전 세계 버번 생산의 95%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표 브랜드인 잭다니엘·짐빔·와일드터키뿐 아니라 중소 규모의 증류소, 오크통 제조업체, 장비 생산업체, 농가 등 전방위적 타격이 예상된다.

미치 매코널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지난주 의회 표결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캐나다 관세 철회를 이끌어냈다. 그는 “예전부터 경고해왔지만 관세는 잘못된 정책이며 무역전쟁은 결국 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다”고 지적했다.

위스키 제조의 핵심 요소인 오크통 생산에도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다.

잭다니엘·우드포드리저브 등을 생산하는 브라운포먼은 이달 루이빌 소재 통 제조 공장을 폐쇄하고 전체 인력의 12%를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수출 부진과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바드스타운에 위치한 프리저베이션 디스틸러리의 마르시 팔라텔라 대표는 “유리병 가격 급등이 영세 업체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관세는 우리 같은 중소기업 성장에 이중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크통 공급업체인 인디펜던트 스테이브의 브래드 보스웰 최고경영자(CEO)는 “수출 감소를 우려한 증류소들이 생산 계획을 줄이고 있어 벌목업자와 제재소까지 영향이 미치고 있다”며 “위스키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매우 복잡한 제조 공정을 가진 산업”이라고 말했다.

구리로 만든 증류 기계를 생산하는 벤돔 코퍼앤브래스웍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마이크 셔먼 대표는 “미국 내에서는 넓은 구리 판재를 생산할 수 없어 대부분 독일산을 수입하고 있다”며 “구리에 관세가 부과되면 장비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중국산 저가 제품과의 경쟁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산 위스키는 지난해 13억 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가 수출됐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소비 증가세를 탔다. 하지만 최근 건강 트렌드와 대체 소비 증가로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또다시 관세 장벽까지 더해지며 이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