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뉴욕 시장 후반 역외 위안화는 달러당 1.05% 하락한 7.423위안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0년 위안화 역외 거래가 시작된 이후 최저치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앞서 이날 오전 위안화의 일일 기준환율을 2023년 9월 이후 최저치인 달러당 7.2038위안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역내 위안화가 달러당 7.20위안을 돌파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뉴욕 웰스파고의 아룹 채터지 거시전략 및 신흥시장 담당 매니징 디렉터는 "지금부터 위안화 평가절하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중국도 이른바 기준환율(fixing·픽싱)을 통해 더 큰 환율 유연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화가 "관리되면서 지속적으로 평가절하될 것"이라며 역외 위안화가 달러당 7.50 또는 그 이상으로 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안화 약세는 무역 분쟁으로 인해 성장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중국이 수출 증진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위안화 약세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상존하는 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란 분석이 많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을 허용할 경우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증가하고 자본 유출이 심화되며, 미국을 적대시하면서 무역 협상의 전망을 어둡게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에 매체는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강하게 유지하면 수출이 둔화되고 이미 흔들리고 있는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억눌려 있는 통화가치 평가절하 압력이 한꺼번에 분출될 경우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JP모건의 티파니 왕 외환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다음 방어선을 어디로 설정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적어도 기준이 더 높아졌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왕 애널리스트는 위안화가 달러당 7.40달러까지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중국의 보복관세 조치에 대응해 현지 시각으로 9일부터 중국에 104%의 관세를 부과한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50% 추가 대중 관세가 9일 0시 1분에 발효된다"고 밝혔다.
금융서비스 기업 모넥스의 헬렌 기븐 외환 트레이더는 "중국과 보복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타격을 입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중국의 의도적인 통화가치 평가절하의 징후가 있는지 주시하고 있는데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즈호은행의 켄 청 아시아 외환 수석 전략가는 "인민은행이 관세 발효일 이후 불안정한 시장을 조정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양방향 환율 유연성을 확대할 것으로 보지만, 자본 유출 위험으로 인해 위안화의 급격한 절하가 일어날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