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가 직접 지분 66.03%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엔터는 대형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이번 매각은 카카오의 사업 재편 전략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카카오엔터 주요 주주사에 서한을 보내 경영권 매각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카카오엔터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와 음원 플랫폼 ‘멜론’, 그리고 영상 콘텐츠 제작사를 포함한 미디어 부문을 포괄하는 국내 대표 콘텐츠 기업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아이브가 소속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국민 아티스트 아이유와 역주행 곡 우즈(조승연) 등이 소속된 이담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K-팝 기획사를 산하에 두고 있다. 아울러 북미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와 타파스 등을 인수하며 글로벌 IP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혀왔다.
카카오엔터는 2019년 ‘카카오페이지’ 시절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왔으나, 증시 환경 악화와 쪼개기 상장 논란 등으로 인해 상장이 연기됐다. 한때 나스닥 상장 가능성도 타진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과 카카오 내부의 경영 리스크 등을 모두 고려해 IPO 대신 매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초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총 1조2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1조 원을 인정받은 바 있다. 당시 카카오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확보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SM 인수 관련 수사와 경영진 교체 이슈가 불거지면서, 카카오 전체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 산하 스포츠 플랫폼 ‘카카오VX’의 연내 매각을 추진 중이며, 포털 ‘다음’을 운영하는 사내독립기업(CIC)의 분사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카카오엔터 매각 역시 이러한 사업 구조 재편의 일환으로, 확보된 자금을 AI 등 미래 전략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매각 절차는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요 투자자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 약 12%를 보유한 초기 투자자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조속한 회수(exit)를 원하고 있으나, 이후 합류한 PIF와 GIC(각각 5.1%)는 기대 수익을 고려할 때 낮은 매각 가격에 응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괄 매각이 아닌 분할 매각, 또는 전략적 투자자(SI)를 중심으로 한 부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된다.
카카오엔터 매각 건은 국내 콘텐츠 산업은 물론 K-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차후 인수 주체에 따라 카카오가 수년간 축적해온 콘텐츠 밸류체인의 구조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