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고위직 인사 교체, 당 원로들의 영향력 드러내
조직부장 자리바꿈은 2027년 권력 구도와 연결
조직부장 자리바꿈은 2027년 권력 구도와 연결

시 주석은 당 정치국 위원인 스타이펑과 리간제의 직책을 맞바꾸는 이례적인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스타이펑은 인사를 담당하는 당 조직부장이 되었고, 리간제는 통일전선공작부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사실은 지난 4월 2일 공식 언론 매체들이 두 인물의 새 직책 수행을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이번 인사 교체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에서는 전통적으로 이러한 고위직 책임자들이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 사이에 직책을 유지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교체는 2022년 열린 20차 당 대회 이후 불과 2년 반 만에 이루어졌다. 또한 68세 이상은 새 직책을 맡지 않는다는 비공식적 전통도 무시됐다.
스타이펑은 베이징대학 출신으로, 당 원로와 여러 파벌의 구성원들과 두터운 관계를 맺고 있다. 그는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쩡칭훙 전 부주석과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전 상관이었으며, 중앙당학교에서 시진핑과도 인연을 맺었다. 특히 그는 '8원로' 중 한 명이었던 왕전 전 부주석, 그리고 시진핑의 아버지인 시중쉰과도 연결고리가 있다.
반면, 60세의 리간제는 정치국 위원 중 가장 젊은 인물 중 하나로, 그동안 당내에서 떠오르는 별로 여겨져 왔다. 그는 시진핑과 같은 칭화대학 출신이며, 환경·보건 분야와 산둥성 파벌에도 속해 있다. 화려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더 낮은 직급으로 여겨지는 통일전선공작부 책임자로 이동한 것은 많은 관측통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인사 교체의 핵심은 조직부장 직책이다. 이 자리는 2027년 열릴 21차 당 대회에서 새로운 정치국 상무위원회 인선을 준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다. 과거에도 조직부가 작성한 고위 당·정부 관리의 승진과 강등에 관한 지침이 중국 행정부의 운명을 좌우해왔다.
시진핑은 2022년 10월 20차 당 대회에서 인사 배치 면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군수산업, 푸젠성, 저장성, 칭화대학교, 환경·보건, 산둥성 등 시진핑 진영 내 주류 파벌 인사들이 핵심 직책에 대거 승진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시진핑 파벌이 비대해지면서 그와 반드시 가깝지 않은 정치 세력과의 타협 필요성이 생겨났다.
이번 인사 교체는 시진핑이 당 원로들과 '홍이대'(혁명 1세대의 자녀들)의 요구를 수용한 타협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자신도 홍이대 출신으로, 그가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초기 당 지도자들 자손들의 지지 덕분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정치적 위기에 처했을 때 내각을 개편하는 경우가 많다. 지도자가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지도자들은 자신의 파벌과 가깝지 않은 집단의 요구도 고려하게 된다.
시진핑의 이번 인사 교체가 파벌 간 타협의 산물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진핑 파벌 구성원들 사이에서 정치적 생존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2027년 권력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