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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로화, 달러 약세 틈타 3년來 최고치로 '껑충'...안전자산으로 부상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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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유로화, 달러 약세 틈타 3년來 최고치로 '껑충'...안전자산으로 부상하나

2022년 9월 6일 프랑스 서부 브레스트에서 미국 달러와 유로 지폐가 나란히 보인다.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22년 9월 6일 프랑스 서부 브레스트에서 미국 달러와 유로 지폐가 나란히 보인다. 사진=AFP/연합뉴스
관세 전쟁 여파로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유럽연합(EU)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대안적 안전자산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유로화는 지난주 10년 반 만에 가장 빠른 속도의 랠리를 펼치면서 달러 대비 3년 만에 최고치로 뛰어오르는 등 최근 두드러진 강세를 보이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인상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뒤 투자자들이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의 위상을 재평가했다"면서 "유로화가 달러 약세의 주요 수혜 통화로 부상하며 견인력을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해 헤지펀드들은 향후 3~6개월 동안 유로화가 달러당 1.2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화는 지난주 10~11일 이틀 동안 달러 대비 거의 4% 폭등하며 1.10달러에서 1.15달러 근방까지 치솟는 폭발적 랠리를 펼쳤다. 유로화는 이날은 추가 상승 기게가 멈칫하며 1.135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지난주 유로화의 강세 기조는 통화옵션 시장 동향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미국 예탁결제원(DTCC)에 따르면 지난주 거래된 옵션거래 중 약 75%는 유로화 상승에 대한 베팅이 주를 이뤘다.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매크로 전략 책임자인 조던 로체스터는 "외환시장이 이미 유로 롱(매수)포지션을 구축한 상태지만, 구조적 다변화 흐름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유로화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유로화가 달러 대비 1.15~1.2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의 최근 약진과 추가 상승 전망은 그동안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자리매김해 온 미국 국채 가격이 최근 급락(수익률 급등)하며 독일 국채로의 자금 이동이 포착된 것과도 궤를 같이한다.

요르그 쿠키에스 독일 재무장관은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글로벌 무역 거래에서 유로화의 비중을 더 높일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포지셔닝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레버리지 및 기관 트레이더들의 유로화 매수(롱)포지션 규모는 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해도 독일의 역사적인 재정 준칙 완화 조치가 유로존 경기에 어느 정도 버팀목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유로화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다만 유로화가 이미 연초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상승했고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통화가치 상승이 유럽중앙은행(ECB)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크레디 아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프는 "유로화가 달러 대비 과매수 됐다"면서 은행의 포지션 모델이 유로화에 대한 숏(매도)포지션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웰스파고의 에릭 넬슨 거시 전략가는 "기축통화의 로테이션은 며칠 만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몇 달, 몇 분기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그렇지만 "미국 경제와 나아가 달러화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유로화가 달러화의 전통적인 피난처의 역할을 일부 물려받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진단했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