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함정 MRO 수주와 조선소 인수
HD현대는 현지 방산기업들과 손잡아
협력 분야 광범위해 다양한 전략 필요
HD현대는 현지 방산기업들과 손잡아
협력 분야 광범위해 다양한 전략 필요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가장 먼저 수주한 한화는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에 초점을 뒀다. HD현대는 현지 조선소 인수와 사업 수주를 천천히 검토하고, 미국 조선업 재건에 기여할 중장기 전략까지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한화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조선업 기술과 역량을 이용해 미국 함정 건조 수요와 조선업 재건 사업에 대응할 발판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는 MRO 사업을 수주해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정비를 수행하며 실적을 쌓고 있다. 한화오션은 한국 조선사들 중 최초로 미국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 등 2척 MRO를 수주했다. 나아가 현지 조선소 인수로 선박 건조 현지화 준비에도 나섰다. 한화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설비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건조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 오스탈의 지분 확보를 시도하며 미국 현지 조선소를 추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로버트 피터스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작전지역 현지에서 MRO를 수행하는 함정의 작전 지속성과 전력 회복에 기여한다”면서 “이는 미국 내 조선소와 독(dock) 여유를 확보하는 데에도 기여해 미국 조선업의 하향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HD현대는 MRO 수주와 현지 조선소 인수에 신중하지만, 미국 현지에서 협력 관계를 강화해왔다. 당장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함정 등 선박 건조를 동맹국에서 맡으면서도, 미국의 조선업 경쟁력 복원에 기여하는 핵심 파트너가 되려면 중장기적 협력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정우만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기획담당 상무는 “조선업은 대형 조선사뿐만 아니라 주변에 공급망과 인력, 정부 정책까지 잘 짜여야 하는 전형적인 생태계 산업이기 때문에 세계 톱티어인 한국은 분명히 미국의 좋은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근본적으로 장기 투자를 통해 근원적 조선업 생태계 복원을 필요로 하지만, 미국은 (해군 전력 부족이라는) 당면한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결국 상선·함정 부족 문제에서 한국의 잘 갖춰진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장기적 협력을 염두에 두고 미국 조선업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와 생산성 향상과 기술 개발 등을 서로 돕기로 했다. 헌팅턴 잉걸스는 미 해군이 발주한 이지스 구축함과 대형 상륙함 등의 건조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AI) 방산기업 팔란티어와는 무인 수상정 개발과 미래형 조선소(FOS) 구상을 같이 진행 중이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는 조선업 인재 육성과 기술 연구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이처럼 HD현대와 한화가 각자의 전략을 실행해 나가더라도 미국의 조선업 재건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피터스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동맹국에 선박 시장 문을 열고,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는 조선소를 현대화하거나 한국산 선박을 미국에 도입하는 등의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양국 협력 필요성과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하다”고 설명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