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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5월부터 美 판매 가격 전격 인상...트럼프 관세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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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5월부터 美 판매 가격 전격 인상...트럼프 관세 대응

1분기 매출 7% 증가한 46억6000만 달러...시장 추정치인 8~9%에는 못 미쳐
2012년 12월 26일 파리 에르메스 매장 외관의 로고. 사진=AFP/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012년 12월 26일 파리 에르메스 매장 외관의 로고. 사진=AFP/연합뉴스
프랑스의 명품 기업 에르메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대응해 5월부터 가방과 스카프 등 미국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메스의 에릭 뒤 알구에 재무 책임자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애널리스트 콘퍼런스 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주 초 에르메스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경쟁사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며 명품 기업 중에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1분기 실적 부진으로 LVMH 주가가 급락한 데 반해 에르메스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유지하며 시총 기준 업계 선두 주자로 떠올랐다.

뒤 알구에 재무 책임자는 "5월 1일부터 모든 제품의 미국 판매 가격을 인상해 새로운 관세의 영향을 완전히 상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메스는 앞서 지난 2월에 관세 관련 가격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단행할 가격 인상은 미국 시장에만 작용된다"면서 "이는 미국 시장에서만 적용되는 관세를 상쇄하기 위한 조치이기 때문으로 다른 지역에서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르메스는 제품 생산량을 엄격히 유지하면서 매년 6~7%의 생산량 증가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성장이 제약을 받기도 하지만, 불황기에는 회사의 실적이 회복 탄력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에르메스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41억 유로(46억6000만 달러·약 6조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컨센서스 추정치인 8~9% 증가에는 다소 못 미친 수치다. 미주 지역 매출은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11% 증가해 올해 1분기 전체 매출의 17%를 차지했다.

뒤 알구에는 "회사 매출이 여전히 여전히 두 자릿수의 증가세를 보이는 미국에서 쇼핑객들의 행태에 큰 변화를 아직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들은 1분기 시계와 향수 판매가 부진했지만, 에르메스의 "실적이 견조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JP모건은 "실적이 일반적인 에르메스 기준에 못 미쳤다"고 밝혔다.

파리 증시에 상장된 에르메스 주가는 이날 2% 넘게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명품 업종이 다른 소매업체보다 관세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명품 업계가 수입 비용 증가를 고객에게 전가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발표 이후 주식 시장이 급락하고 달러 가치도 곤두박질치면서 명품 업계도 몇 년 만에 가장 긴 침체기를 맞이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유예 기간이 끝나면 유럽산 패션 및 가죽 제품에는 20%, 스위스산 시계에는 31%의 관세가 부과된다. 지난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교역국에서 수입하는 대다수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유예하면서 보편관세율 10%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수정 기자 soojung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