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인상에 "자유무역 약화" 우려 표명... 브릭스 의장국으로 다자주의 강화 모색
러시아 전승기념일 참석·중국 CELAC 포럼 방문... 브-中 교역 관계 더욱 강화될 듯
러시아 전승기념일 참석·중국 CELAC 포럼 방문... 브-中 교역 관계 더욱 강화될 듯

브라질 대통령실 공보실은 룰라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 패전 80주년을 기념하는 5월 9일 러시아의 전승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후, 5월 12일에는 라틴아메리카 및 카리브해 국가 공동체(CELAC)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룰라의 첫 공식 모스크바 방문이자, 2023년 취임 이후 두 번째 중국 방문이 된다. 룰라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의 이전 재임 기간 동안 러시아를 두 번, 중국을 세 번 방문했던 바 있다.
브라질, 러시아, 중국은 2009년 설립된 브릭스(BRICS)의 창립 회원국으로서 긴밀한 경제적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 G7(주요 7개국) 선진국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개발도상국 블록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집트, 에티오피아, UAE 등 5개국이 새로 가입해 '브릭스 플러스'로 확장됐다.
브라질은 올해 브릭스 의장국을 맡고 있으며, 오는 7월 6일과 7일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브릭스 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를 통해 다자주의와 글로벌 남반구 국가들의 목소리를 강화하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해왔다.
중국은 브라질의 최대 교역 상대국으로, 2024년 브라질 수출의 28%를 차지하고 수입의 24.2%를 공급했다. 특히 브라질의 대중국 수출은 주로 대두, 철광석, 원유 등 원자재가 주를 이루며, 브라질은 중국의 중남미 최대 투자 대상국이기도 하다.
지난 1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자국이 CELAC 포럼을 개최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와의 협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이른바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를 통해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으며, 브라질은 이 지역 내 중국의 주요 파트너 중 하나다.
미국은 브라질의 두 번째 교역 상대국으로, 2024년 브라질 수입의 12%를 제공하고 수출의 15.5%를 구매했다. 브라질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브라질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2억 8,380만 달러의 소폭 적자를 기록했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 17일 도쿄에서 4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무리하면서 트럼프의 광범위한 관세 인상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나는 미국 정부의 행동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자유무역이 해를 입고 있고, 다자주의가 약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그는 말했다.
브라질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무역 환경 악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은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 경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중국 경제가 미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타격을 입을 경우, 브라질의 대중 수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룰라 대통령의 러시아와 중국 방문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브라질의 '전방위 외교'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룰라는 취임 이후 중국,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아프리카 국가들과도 관계 강화를 추진해왔다.
룰라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 방문 외에도 4월 말 온두라스에서 열리는 CELAC 정상회담에 참석할 예정이며, 6월에는 프랑스를 공식 방문할 계획이다. 특히 프랑스 방문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EU-메르코수르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정부 관계자는 "룰라 대통령의 활발한 정상외교는 다자주의를 강화하고 글로벌 남반구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라며 "특히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브라질은 열린 무역 체제와 국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룰라 대통령의 이번 러시아와 중국 방문이 미중 갈등 속에서 브라질의 균형 외교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면서도 중국, 러시아 등 신흥 강대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실용적인 외교 노선을 추구해왔다.
이러한 가운데 브라질이 브릭스 의장국으로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주목된다. 룰라 대통령은 브릭스가 "서구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최근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브릭스의 지정학적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