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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자율주행차 ‘집착’에 테슬라 성장 기회 놓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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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자율주행차 ‘집착’에 테슬라 성장 기회 놓쳤나

영국 런던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각) ‘일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주최한 퍼포먼스 도중 한 참가자가 중고 테슬라 전기차를 부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런던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각) ‘일론을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주최한 퍼포먼스 도중 한 참가자가 중고 테슬라 전기차를 부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회사 내부의 경고에도 저가형 전기차 ‘모델2’의 생산을 포기하고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이버캡’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경영 판단 능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미국 투자 전문매체 더스트리트가 20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테슬라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수년간 준비해온 2만5000달러(약 3450만원) 수준의 소형 전기차 모델2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했다.

테슬라 내부 애널리스트들은 “사이버캡은 수익성이 없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회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머스크 CEO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인포메이션이 입수한 테슬라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로보택시는 미국 내 판매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해외 시장에서의 규제 장벽으로 인해 수출이 어렵다는 전망도 나왔다. 반면에 모델2는 인도, 베트남,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 대규모 수요가 예상됐으며 브랜드 확장과 매출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전략적 상품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머스크 CEO는 “사이버캡을 수백만대 판매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모델2 생산과 병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셔우드뉴스는 “내부 보고서에서는 사이버캡 판매가 수십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고 반면에 모델2는 수백만대 판매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사이버캡은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해 출시만 예고돼 있으며 로보택시로서 자율주행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한 상황이다. 중국과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부품 조달 차질도 사이버캡의 생산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같은 와중에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이자 테슬라의 아성을 흔들고 있는 비야디는 올해 1분기에도 테슬라보다 많은 판매 실적을 올리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서도 빠르게 추격 중이다.

이 같은 결정은 머스크 CEO의 전형적인 의사결정 스타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팀 히긴스가 지난 2021년 출간한 책 ‘파워플레이’에 따르면 머스크는 과거 테슬라 내부에서 자신의 의견에 반대한 직원을 해고한 전력이 있다. 최근 테슬라 투자자인 로스 거버는 “회사의 미래를 위해 머스크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의 이번 결정이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술적 도전을 넘어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