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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강화에 반도체만 살아남았나…전 업종 ‘부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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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관세 강화에 반도체만 살아남았나…전 업종 ‘부진’ 전망

반도체, PSI지수 110 다음달 업황 개선 전망…국내 분야 중 개선 유일
반도체분야 호황 전망 배경…전 세계 D램시장 70% 장악 기술효과 '톡톡'
삼성전자 직원들이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전자 직원들이 평택 캠퍼스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반도체 분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강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업황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반면 반도체를 제외한 전 업종은 이달보다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1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력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산업연구원은 127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5월 ‘전문가 서베이 지수(PSI)’를 발표했다. PSI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을 경우 업황이 현재보다 개선됨을 뜻하고 낮을 경우 악화됨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수출 전망 PSI를 65로 평가해 이달보다 국내 수출 상황이 안 좋아질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디스플레이(79) △전자(46) △휴대폰(47) △조선(93) 등 반도체를 제외한 전 업종이 100을 밑돌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 조치가 우리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분야는 유일하게 110을 기록하면서 이달보다 업황이 더욱 나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를 상호관세에서 제외했지만 품목별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관세 부과가 유력한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업황 개선 전망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독보적인 기술력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6%로 1위, 삼성전자는 34%로 2위를 차지했다. 사실상 글로벌 D램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는 관세 강화로 D램 가격이 높아져도 국내 기업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시장 3위를 달리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론은 이달 9일 D램 모듈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 가격을 인상해 관세 비용을 고객사에 전가했다. 사실상 D램 반도체 기업들이 ‘슈퍼 을’인 셈이다.

다만 미·중 간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안심하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ASML은 최근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고 전 세계 인공지능(AI) 칩 시장 80%를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H20칩의 중국 수출이 허가제로 바뀌면서 회계연도 1분기(2∼4월)의 손실을 55억 달러로 예상했다.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이자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지 않은 소식이다.

업계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경쟁 기업인 마이크론 등도 생산라인이 대만과 일본 등에 위치한 만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날 발표한 관세청의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이달 1~20일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용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angy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