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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2기 100일, ‘아메리카 퍼스트’가 뒤흔든 세계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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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2기 100일, ‘아메리카 퍼스트’가 뒤흔든 세계 질서

지난 2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나 스타머 총리로부터 건네받은 찰스 영국 국왕의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월 27일(현지 시각) 미국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만나 스타머 총리로부터 건네받은 찰스 영국 국왕의 서한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지 100일 만에 세계 질서를 급격히 흔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글로벌 관세 전쟁을 촉발하고 대외 원조를 대폭 삭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비판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 그린란드 합병, 파나마 운하 탈환, 캐나다의 미국 51번째 주 편입 등을 거론하며 확장주의적 노선을 보였다.

로이터는 워싱턴·도쿄·브뤼셀 등지에서 정부 관계자와 외교관, 독립 분석가 등 12명 이상을 인터뷰해 이 같은 평가를 종합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로 인해 세계 각국이 대미 의존도를 줄이고 방위산업 강화나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독일과 프랑스는 자국 방위산업 투자를 늘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며, 한국에서는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캐나다는 유럽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달 초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으며, 중국은 최근 유럽연합(EU)과도 비슷한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은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지나치게 밀착돼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공화당 지지층에서도 4명 중 1명은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또 미국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확장 발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정책과 관련해 "수십 년간 미국을 착취해온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필수적인 '약'"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금융시장을 흔들고 달러 가치를 약화시키며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우선시하며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강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를 조롱하고 유럽과의 동맹을 경시함에 따라 대서양 동맹이 약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지난 2월 총선 승리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가 실제로는 아메리카 얼론(America Alone)이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메르츠 총리는 "지금은 유럽에 있어 자정 5분 전"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국이 그린란드를 "가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캐나다를 향해 "존재 이유가 없다"고 발언하는 등 자극적인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다시 접수하겠다고 위협하거나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발언도 쏟아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달 초 그린란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장 가까운 동맹국으로부터 영토를 강탈하겠다는 요구와 압박을 받을 때, 우리가 수십 년간 함께 구축해온 세계 질서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발했다.

한편, 브라이언 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전쟁을 종식시키고 펜타닐 유입을 차단하며 중국을 상대로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란에 대해 최대 압박 전략을 재가동하고, 후티 반군의 테러행위에 책임을 묻고 있으며 4년간 개방돼 있던 남부 국경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상황이 되돌릴 수 없는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따른 파장이 깊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론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아직은 되돌릴 수 있는 단계지만, 친구들과의 관계에 입힌 손상과 적들에게 줄 이득은 아마도 계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