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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미국과 AI 칩 접근성·의약품 관세 협상 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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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미국과 AI 칩 접근성·의약품 관세 협상 진전

간 김용 부총리 "미국과 두 핵심 분야에서 논의 진행 중"
미국 상무장관 "싱가포르와 창의적인 무역 해결책 모색" 의지 표명
싱가포르에 있는 PSA의 Tanjong Pagar 컨테이너 터미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에 있는 PSA의 Tanjong Pagar 컨테이너 터미널. 사진=로이터
싱가포르가 미국과의 무역 갈등 해소를 위해 의약품 수출 관세 양허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첨단 AI 칩에 대한 미국 시장 접근성 확보를 위한 물밑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간 김용 싱가포르 무역산업부 장관 겸 부총리는 최근 미국 당국과의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고 28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싱가포르 무역부가 28일 발표한 녹취록에 따르면, 간 장관은 지난 25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전화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양국 무역 관계 강화를 위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간 장관은 "우리는 러트닉 장관에게 싱가포르의 수출통제 시스템을 설명하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 분야에서 미국 당국과 어떻게 협력해 왔는지 설명할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싱가포르는 기업이 자국 주둔을 이용해 미국의 수출통제를 약화시키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위협한 의약품은 싱가포르의 대미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간 장관은 이 분야에서 양보안을 모색하는 것이 싱가포르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두 분야(의약품과 AI 칩)는 양국 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며, 싱가포르와 미국 간 논의에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어 기쁘다"고 간 장관은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완료된 거래는 아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덧붙였다.

싱가포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 무역 정책 하에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10%의 관세에 직면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는 2004년 체결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에도 불구하고 적용될 수 있는 조치다.

지난 2월, 싱가포르 당국은 엔비디아 AI 칩이 포함된 서버를 구입해 말레이시아로 불법 재수출한 혐의로 3명을 사기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는 미국의 첨단 기술 수출 통제 정책을 엄격히 준수하겠다는 싱가포르의 의지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싱가포르 경제는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인해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싱가포르는 2025년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8% 위축된 후 올해 성장 전망을 0%에서 2%로 하향 조정했으며, 관세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4월 초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왔다. 태스크포스는 미국의 '무질서한' 관세가 싱가포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편 싱가포르는 5월 3일 총선을 앞두고 있어, 이러한 경제적 불확실성과 생활비 압박은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 해소를 통해 경제적 안정을 도모하고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싱가포르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의약품 관세 양허와 수출통제 강화를 교환하는 방식의 타협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는 무역 관계 보존과 첨단 기술 접근성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으로 볼 수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