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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해킹 조롱한 KT, 20년간 해킹 사건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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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해킹 조롱한 KT, 20년간 해킹 사건 다수

KT, SKT 사태 조롱하며 고객 유치
일부선 통신사 변경 시 위약금 전액 지원
하지만 KT도 해킹 사태 다수 발생
통신업계 전반 신뢰 회복에 부정적
일부 KT 대리점에서 'SK 해킹'이라는 문구를 내건 사진이 온라인에서 주목받고 있다. SK 고객의 자사 유치를 위해 일부 대리점들이 무료 유심 교체 등을 내세워 공격적인 자체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일부 KT 대리점에서 'SK 해킹'이라는 문구를 내건 사진이 온라인에서 주목받고 있다. SK 고객의 자사 유치를 위해 일부 대리점들이 무료 유심 교체 등을 내세워 공격적인 자체 마케팅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최근 SK텔레콤 해킹과 유심(USIM) 정보 유출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경쟁사인 KT 일부 대리점들이 'SK 해킹'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고객 유치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SKT 고객 유치를 위해 KT 대리점들이 무료 유심 교체 등을 내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 해커들의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쟁사의 난처한 상황을 틈탄 KT의 마케팅 전략이 통신업계 전반의 신뢰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KT 역시 과거 반복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경험한 만큼 스스로 보안에 대해 "잘해왔다"고 말할 입장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가 고객 개인정보 보호에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통신업계 전반의 자기 성찰이 요구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과거 연속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뼈아픈 전례를 남겼다. 대표적인 해킹 사건만 나열해도 약 20년간 수차례 발생했다.

2003년 1월 25일 '슬래머(Slammer)' 웜 바이러스가 한국통신공사(現 KT) 혜화전화국 DNS 서버를 비롯한 국내 주요 인터넷망을 공격했다. 이로 인해 전국적으로 약 9시간 동안 인터넷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KT 혜화전화국이 마비되면서 유선·무선 인터넷, 행정 전산망까지 불통됐다. 피해를 본 사용자들은 KT를 상대로 집단소송에 나섰으나 2006년 11월 KT·하나로텔레콤·마이크로소프트(MS)의 책임이 없다는 최종 판결로 소송은 끝났다.
KT의 일부 대리점들이 SK 고객의 자사 유치를 위해 위약금 전액 지원 등 공격적인 자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지유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KT의 일부 대리점들이 SK 고객의 자사 유치를 위해 위약금 전액 지원 등 공격적인 자체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사진=김지유 기자

2012년에는 영업시스템 전산망 해킹으로 약 8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관련 재판이 마무리된 이듬해에는 바로 홈페이지 해킹을 통해 약 1200만 명의 정보가 추가로 유출됐다. KT의 유출 경로는 주로 전산망과 홈페이지 등 핵심 시스템이었으며, 내부통제 부실과 관리 미흡이 반복적으로 지적됐다.

사고 후 KT는 피해자 통지 등 기본 조치만 이행했을 뿐, 실질적 피해 보상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대규모 집단소송에서 법원은 "KT가 당시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다했다"고 판단하며 KT의 손을 들어줬고, 방송통신위원회의 7000만원 과징금 처분도 취소됐다. 다만 정보통신망법상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 의무 중 '접근통제' 조항 위반은 인정돼 1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졌다.

2012년에는 KT 휴대폰 가입자 873만 명의 개인정보(이름, 주민번호, 전화번호 등)가 해킹으로 유출됐다. 범인은 이 정보를 판매하다 경찰에 검거됐다. 당시 KT 사장이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으나 2년 뒤인 2014년 또다시 홈페이지가 해킹당해 1200만 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

2016년에는 KT 직원들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약 3000건 이상의 개인정보를 유출했다. 유출 규모는 작지만 비밀번호도 걸려있지 않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된 개인정보는 가입자들의 주민등록증, 가입신청서뿐만 아니라 실제 현관문 비밀번호 등이 유출돼 피해 심각성은 더욱 컸다.

KT는 2019년부터 2022년 사이에도 해마다 협력사·계열사의 내부 유출로 논란이 있었다.

2020년 KT 분당 데이터센터에서는 KT가 고객 PC에 악성코드를 유포해 특정 P2P(그리드) 프로그램 접속을 차단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KT 법인과 관계자 13명을 정보통신망법 및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KT는 수년간 100만 대 이상의 PC를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유심 관련 상담을 위해 종로의 한 휴대폰 대리점을 찾은 한 고객은 "여기(SK텔레콤)가 털렸다고 저기(LGU+, KT)는 안 털릴 거라 생각해서 옮기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국민 입장에서는 믿을 통신사가 없다"고 말했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