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어 5호 샘플 개방, 미국 견제 속 국제 협력 강화
2035년 달 원전 건설 추진, 에너지 자립 및 거점 확보
우주 강국 향한 중국의 거침없는 발걸음
2035년 달 원전 건설 추진, 에너지 자립 및 거점 확보
우주 강국 향한 중국의 거침없는 발걸음

29일(현지시각) 미국 온라인 뉴스 매체 아메리칸 자바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가항천국(CNSA)은 자국의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채취한 귀한 달 암석 샘플 일부를 미국 유수 대학을 포함한 여러 외국 기관에 제공하며 국제 협력의 문을 넓히는 동시에, 2035년까지 달 표면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며 '달 거점'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자금 지원을 받는 브라운 대학과 뉴욕 주립 대학(스토니브룩)은 중국으로부터 달 샘플을 대여할 수 있는 허가를 받은 7개 국제 기관 중 두 곳이다. 이는 과거 폐쇄적인 행보를 보였던 중국이 과학 분야에서 국제 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의 '울프 수정안'으로 인해 NASA와 중국 간의 협력이 엄격히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주도의 우주 개발 협력 구도에 미묘한 균열을 내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메리칸 자바에 따르면 중국 달 탐사 프로그램의 총 설계자인 우웨이런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과거에는 개방적이었지만 지금은 상당히 폐쇄적인 것 같다. 우리는 과거에 폐쇄적이었지만 지금은 개방적이다. 이는 우리 국가의 전반적인 국력이 향상되고 그에 따른 자신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미국의 고립주의적 태도가 오히려 중국의 우주 야망을 실현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실제로 중국은 달 탐사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이전 창어 4호와 6호 임무에는 각각 4개의 국제 탑재물이 실렸으며, 2026년 발사 예정인 창어 7호에는 6개의 국제 탑재물이 탑재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향후 창어 8호 임무에서는 현재 "10개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혀, 중국의 국제 협력 강화 전략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와 손잡고 달 원전 건설… 에너지 자립 및 장기 거점 확보 노린다
중국의 달 탐사 야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은 러시아 연방우주항공국(Roscosmos)과 손잡고 2035년까지 달 표면에 원자력 에너지 시설을 건설하겠다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서방의 제재로 인해 우주 분야에서 고립된 러시아에겐 중요한 협력 파트너를 확보하는 기회가 되는 동시에, 중국은 달 장기 거점 건설에 필수적인 에너지 자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달에는 지구에서는 희귀하지만 달에는 풍부하게 매장된 비방사성 동위원소인 헬륨-3와 같은 귀중한 자원이 존재한다. 헬륨-3는 미래 핵융합 에너지의 핵심 연료로 주목받고 있으며, 약 100톤의 헬륨-3는 전 세계 인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초기 추정에 따르면 헬륨-3의 가치는 온스당 약 4만 달러에 달하며, 1톤을 중수소 0.67톤과 함께 연소시키면 약 1,000MW의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어 지구 전체의 연간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막대한 에너지원이다.
2028년 발사 예정인 창어 8호 임무의 수석 엔지니어인 페이 자오위는 국제 달 기지(ILRS)의 에너지 솔루션으로 태양광 발전과 원자력 시스템을 모두 고려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자력 시스템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웨이런 역시 러시아의 원자력 우주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며, 과거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중러 우주 협력이 이번 달 원전 건설 계획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미국 견제 속 '555 프로젝트' 가동… 달 탐사 경쟁 '2라운드' 예고
이처럼 달 암석 공유를 통한 국제 협력 강화와 달 원전 건설이라는 담대한 계획은 중국을 차세대 우주 경쟁의 강력한 주자로 부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야심찬 "555 프로젝트"는 50개국, 500개 연구 기관, 그리고 5,000명의 과학자를 우주 탐사에 참여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NASA가 올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달 탐사 속도를 더욱 끌어올리려는 시도와 맞물려, 달을 둘러싼 강대국 간의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오늘 달 암석을 '외교적 카드'로 활용하고, 내일을 위한 '핵심 거점' 건설을 구상함으로써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달의 미래는 더 이상 단순한 과학 탐사를 넘어, 인류가 달 표면의 풍부한 자원을 확보하고 장기적인 거점을 건설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다. 누가 달 표면에서 채굴에 필요한 핵심 자원과 전략적 동맹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미래 우주 개발의 주도권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