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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외무장관 회의, 안보리 개혁 이견으로 공동성명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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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스 외무장관 회의, 안보리 개혁 이견으로 공동성명 무산

이집트·에티오피아, 안보리 상임이사국 확대 논의에 반대
보호무역주의 비판과 다자무역 체제 강화 의지 합의에도 최종 발표 불발
2025년 4월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5년 4월 29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29일 열린 브릭스(BRICS) 외무장관 회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을 둘러싼 이견으로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했다. 이는 블록 확장 이후 분열을 드러내고 통합을 강화하려는 브라질의 노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30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6개 신규 회원국 대표들이 참여한 이틀간의 회의는 남반구 국가들 간의 협력을 과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끝났다.

공동성명 채택에 실패한 핵심 원인은 유엔 안보리 개혁과 관련된 문구에 대한 의견 불일치였다.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오랫동안 안보리 상임이사국 지위를 희망해왔으나, 신규 회원국인 이집트와 에티오피아는 이들 국가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는 언급에 반대했다. 특히 이집트는 브릭스 포럼이 그러한 논의를 위한 적절한 장소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반대 입장 철회를 요청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 문제로 인해 지난해에도 브릭스 외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못했던 바 있다.
이번 불화는 2023년 요하네스버그 정상회담에서 신규 회원국이 추가된 이후 브릭스의 내부 역학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의 확대를 강력히 지지했지만, 브라질 외교관들은 기존 회원국들의 영향력이 희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동성명 초안은 안보리 개혁에 대한 언어를 약화시키는 한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무역 정책을 겨냥해 일방적인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비판하고 다자간 무역 체제 수호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초안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하는 "정당화되지 않은 일방적 보호주의 조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무분별한 관세 부과와 환경 기준의 오용을 통한 무역 장벽 구축 등을 비판했다.

이러한 주장은 트럼프의 "호혜적" 관세 발표 이후 고조된 무역 긴장 속에서 나온 것으로, 브릭스 국가들이 다자주의를 지지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역 관련 내용에 대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안보리 개혁 문제의 이견을 좁히지는 못했다.

결국, 올해 브릭스 의장국인 브라질은 공동성명 대신 일방적인 '의장직 성명'을 발표해 자국과 인도의 안보리 개혁 열망을 옹호하되,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신규 아프리카 회원국들과의 추가 마찰을 피하려 했다.

마우로 비에이라 브라질 외무장관은 회의 시작 연설에서 브릭스가 분열되는 세계에서 "선을 위한 힘"이 되어 평화, 안보, 공평한 발전을 촉진할 것을 촉구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브릭스 국가들이 "단결과 협력을 강화하고, 힘의 정치와 이중 잣대에 반대하며, 무력보다는 외교로, 대결보다는 협력을, 일방적 수단이 아닌 다자간을 통해 위기와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에서는 무역과 거버넌스 문제 외에도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등 현재 진행 중인 분쟁에 대한 평화적 해결책을 촉구하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또한, 브릭스 백신 연구개발 센터와 같은 협력 이니셔티브와 심해 탐사, 우주 탐사 등 신흥 분야 협력의 중요성도 강조되었다.

올해 7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예정된 브릭스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외무장관 회의의 합의 실패는 확대된 브릭스 그룹 내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은 과제임을 드러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