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 기자의 말글산책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집을 옮기는 ‘이사’도 요즘에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계절이 따로 없지만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을 피해서 합니다. 겨울로 들어가기 전인 요즘이 한창 이사철이죠.. 이번에는 ‘이사’와 관련된 용어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어르신들은 이사를 하거나 결혼식 등 집안의 중요한 일을 치를 때면 ‘손 없는 날’을 택합니다. 손 없는 날이란 음력으로 날짜의 끝수가 9나 0인 날, 즉 9일, 10일, 19일, 20일, 29일, 30일입니다. ‘손’ 없는 날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그리고 ‘손’은 또 뭘까요?
우리 조상님들은 귀신이 동서남북 네 방위를 돌아다니며 사람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믿었습니다. 이 귀신이 ‘손’입니다. 귀신은 음력으로 날짜의 끝수가 1이나 2일엔 동쪽에서, 3이나 4일엔 남쪽에서, 5나 6일엔 서쪽에서, 7이나 8일엔 북쪽에 있으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는데 다행히도 9나 0으로 끝나는 날에는 하늘로 올라가 아무 방해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때 결혼이나 이사를 하면 화를 면할 수 있다고 믿어 결혼식이나 이사는 대부분 ‘손 없는 날’에 많이 합니다.
이사를 갈 때나 신혼살림집을 장만하고 전·월셋집을 결정할 때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합니다. 계약서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이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막상 계약서를 작성할 때면 본인이 ‘임대인’인지 ‘임차인’인지 헷갈립니다. 계약할 때 이러면 곤란하죠. 이번 기회에 임대인과 임차인을 확실히 구분해 보겠습니다.
‘임대’와 ‘임차’의 한자를 보면 금방 구분이 갑니다.
임대(賃貸)의 대(貸)자는 ‘빌려준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임대란 “대가를 받고 자기 물건을 빌려주는 일”입니다. 요즘 흔히 쓰는 ‘대부’라는 말이 있지요. “돈을 빌려주는 일”입니다. 이처럼 대(貸)자가 들어가면 빌려주는 입장이 됩니다. 이른바 ‘갑’이죠.
임차(賃借)의 차(借)자는 ‘빌린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임차’는 “요금을 주고 빌리는 일”입니다. 차용증이란 말이 있죠. 돈을 빌리고 그것을 증명하는 문서인데요, 이처럼 차(借)자가 들어가면 빌리는 입장이 됩니다. 따라서 전세계약서를 작성할 때 세입자는 빌리는 입장이므로 ‘임차인’이 됩니다. 집주인은 당연히 빌려주는 ‘임대인’이 됩니다.
집이나 방을 빌려 쓰고 다달이 내는 세를 ‘삭월세(朔月貰)’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요. 이는 맞는 말일까요? 아닙니다. ‘사글세’가 맞습니다.
1988년 표준어 규정이 바뀌기 전에는 ‘삭월세’라고 했지만 표준어가 ‘사글세’로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남의 집이나 방을 빌려 쓰면서 선금으로 낸 돈에서 다달이 제하는 것은 ‘사글세’, 다달이 내는 것은 ‘월세’로 구분해서 썼으나 지금은 ‘사글세’와 ‘월세’가 같은 개념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사글세’의 ‘사글’은 ‘삭다’에서 온 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즉, 선금으로 낸 돈이 ‘점점 줄어드는’의 의미인 ‘삭아 드는’의 ‘사글’에 ‘세’가 붙어 ‘사글세’가 됐다는 것입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