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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오랏맨의 포켓몬세상] 레드 그린 버전에 숨겨진 10가지 비밀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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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오랏맨의 포켓몬세상] 레드 그린 버전에 숨겨진 10가지 비밀 ③

과학의 힘이란 대단해, 밸런스 붕괴, 영향을 준 게임, 포켓몬 속 닌텐도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포켓몬스터는 가볍게 즐기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방대한 세계관을 속속들이 알아가다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수없이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포켓몬스터 게임 속에서 특히 흥미롭게 느낄 만한 10가지를 뽑아서 여러분들에게 전해드릴까합니다.
이번엔 하나하나 뜯어볼수록 재미있는,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에서 쉽게 지나칠 수 없는 10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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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힘이란 대단해!

포켓몬스터에는 "과학의 힘은 정말 대단해!"라는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이 대사는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의 시작점인 태초 마을의 NPC(게임 안에서 플레이어가 직접 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에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 NPC는 이렇게 말합니다. “요즘 기술은 참 놀라운 것 같아! PC를 이용해 도구와 포켓몬을 맡기거나 찾아올 수 있게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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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며 몬스터볼, PC전송 등의 첨단 기술이 필수 요소로 게임 내 등장합니다. 해당 NPC는 포켓몬스터를 처음 접하는 유저들에게 포켓몬스터 세계관에 사용되는 기술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요즘 기술"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이 발매될 당시에는 RPG(역할 수행 게임) 장르가 중세 배경의 판타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NPC의 대사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인 포켓몬스터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한 장치로 볼 수 있습니다.

이 NPC는 체형이 한 눈에 봐도 통통한 편이며 특히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포켓몬 시리즈는 이 NPC의 역할이 나름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차후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말을 하는 NPC를 반드시 넣었습니다.

새로운 포켓몬스터 시리즈마다 발전된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보를 전하는 역할이 필요했습니다. ‘과학의 힘이란 정말 대단해!’라고 말하는 NPC가 매 시리즈마다 등장한 배경입니다.

반복적으로 NPC가 등장하며 그가 말하는 대사가 포켓몬스터의 전통이 되었고 이젠 심지어 게임밖에서도 이 대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TV 만화 시리즈 '포켓몬스터 XY'에서 주인공 지우는 시트론의 '메카'가 나올 때마다 이 대사를 외치곤 합니다. 또 TV만화 시리즈 '포켓몬스터 디 오리진'에서도 레드가 포켓몬 도감을 받고 나서 “과학의 힘은 정말 굉장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포켓몬스터 '오메가루비', '알파사파이어' 버전 설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한민국 과학의 힘은 정말 대단해! 대사.이미지 확대보기
포켓몬스터 '오메가루비', '알파사파이어' 버전 설명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한민국 과학의 힘은 정말 대단해!" 대사.

심지어 이 대사는 닌텐도 공식 홈페이지에 등장하는 위엄을 보였습니다. 포켓몬스터 '오메가루비', '알파사파이어' 공식 홈페이지에서 게임 설명 중에 등장해 포켓몬스터 팬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습니다.

이 대사는 “000의 힘은 정말 대단해!”라는 형식으로 인터넷에서 패러디가 될 정도로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포켓몬스터 레드·그린 버전이 출시된 1996년 이후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가상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까지 등장하면서 정말 과학의 발전을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포켓몬스터 게임이 발전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과학의 힘이란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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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런스 붕괴

포켓몬은 물, 풀, 불 등 각자의 타입(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풀타입은 물타입에 강하고, 물타입은 불타입에 강하며, 불타입은 다시 풀타입에 강합니다. 마치 가위바위보와 같이 물고 물리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포켓몬 트레이너는 상대 포켓몬의 타입을 분석해 적절한 상황 판단을 해야 합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밸런스 조절이 가장 중요한데요, 특정 타입이 너무나 강하다면 게이머들이 해당 타입을 가진 포켓몬만 사용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레드·그린 버전은 타입 밸런스가 제대로 맞춰져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레드·그린 버전에서 가장 강한 타입은 얼음과 에스퍼입니다.

1세대 최강 속성 얼음과 에스퍼이미지 확대보기
1세대 최강 속성 얼음과 에스퍼


얼음 속성은 ‘눈보라’ 때문에 사기 속성으로 떠올랐습니다. 눈보라는 당시 위력이 120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준이었고, 명중률 90%에 적중 시 30%의 확률로 결빙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위력도 높고 명중률도 높은데 결빙까지 시키는 사기적인 능력이었습니다. 1세대에는 얼음기술을 맞고 결빙이 된 포켓몬은 자력으로 결빙을 풀 수 없고 불공격을 맞아야지만 풀렸기 때문에 사실상 결빙되면 무조건 패배로 직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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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타입은 불꽃 타입에 약하게 설정됐지만 당시에는 버그로 인해 얼음 타입에게 불꽃 타입의 기술 데미지가 100% 이상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약점 타입인 격투, 바위 등의 타입은 1세대 당시 화력이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성 싸움에서 얼음 타입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얼음타입은 스탯(능력치)이 높은 드래곤 타입에 강했기 때문에 얼음 타입은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에스퍼 타입도 강한 타입으로 분류됐는데 버그 때문에 상성싸움에서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에스퍼 타입의 약점은 고스트 타입이지만 당시에는 고스트 타입이 에스퍼 타입에게 데미지를 주지 못하는 버그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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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에스퍼 타입은 벌레 타입에 약하지만 1세대 당시에는 벌레 타입에 제대로된 공격기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1세대 당시 에스퍼 타입은 약점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1세대에는 독포켓몬이 총 33마리로 전체 포켓몬의 20%가 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독포켓몬에 강한 에스퍼 타입이 더 활개치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그렇다면 그 후에 나온 2세대는 어떨까요? 그다지 좋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어떤 게임이든 완벽에 가까운 밸런스를 만들 수는 있지만, ‘완벽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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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에 영향을 준 게임

레드·그린 버전 제작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게임은 무엇일까요?

하나만 꼽자면 단연 닌텐도에서 제작했던 RPG게임 ‘마더’를 들 수 있습니다. 마더는 닌텐도가 투자해 설립한 에이프라는 회사와 닌텐도가 공동으로 개발한 게임으로 유명합니다. 닌텐도 캐릭터의 총집합 게임인 ‘대난투 스매시브라더스’에도 마더의 캐릭터가 출연합니다.

닌텐도 RPG게임 '마더'.이미지 확대보기
닌텐도 RPG게임 '마더'.

‘마더’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소년이 주인공인 RPG라는 점에서 포켓몬스터와 유사합니다. 마더를 기획한 이토이 시게사토는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겪는 거친 모험을 주제로 영화 같은 스토리의 게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평론가들은 마더 시리즈를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겪는 모험이라는 콘셉트를 제일 처음 시도한 게임’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포켓몬스터가 10대 소년의 모험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더의 콘셉트와 굉장히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포켓몬스터에 미친 마더의 영향력은 레드의 모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당시 주요 인기 게임인 '슈퍼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주인공도 모자를 쓰고 있지만 어린아이가 모자를 쓰고 여행을 한다는 점에서 레드는 마더의 주인공인 닌텐과 닮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포켓몬스터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엄마 또한 마더와 흡사한 요소입니다. 포켓몬스터에서 레드는 자신의 집에서 모험을 시작하며 여행 중에는 엄마에게 포켓몬의 치료를 맡깁니다. 마더 속 엄마도 포켓몬스터의 엄마와 같은 역할을 수행합니다.

게다가 레드가 게임의 처음을 시작하는 공간이 자신의 집 2층이라는 점도 마더와 같습니다.. 포켓몬스터에서 체육관 관장에게 받는 뱃지도 마더에서 모으는 8개의 멜로디와 흡사합니다.

마더의 가장 큰 목적은 8가지 멜로디를 모으는 것인데 마지막 8번째 멜로디를 얻게 되면 바위 뒤편에 동굴이 있는데 이곳에서 최종 전투를 치르게 됩니다. 포켓몬스터도 8개의 뱃지를 모아서 챔피언들을 물리치는 것이 주요 목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이 ‘8개의 무엇가'를 모아 최종보스 간다는 점이 두 게임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더의 최종보스 기그(왼쪽)와 포켓몬스터 뮤츠.이미지 확대보기
마더의 최종보스 기그(왼쪽)와 포켓몬스터 뮤츠.

또 마더의 최종 보스 ‘기그’는 포켓몬스터의 뮤츠와 닮았습니다. 1편의 최종보스로 첫 등장했던 기그는 특이한 형태의 기구 안에 있는 외계인인데, 이 모습이 뮤츠가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던 장면과 매우 흡사합니다.

게다가 '마더2'의 부제 ‘기그의 역습’은 포켓몬스터 극장판 1기의 부제인 ‘뮤츠의 역습’과 우연의 일치치고는 매우 비슷합니다. 이밖에도 기술을 사용하는 한계를 나타내는 ‘PP’가 존재한다는 점, 상점에서 파는 살충스프레이, 이상한 캔디 같은 아이템 등이 두 게임에 존재합니다.

마더 시리즈는 아쉽게도 2006년 3편이 나온 이후로 새로운 작품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 앞으로 4편이 나올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개발자들의 의견입니다. 하지만 마더가 표현하고자 했던 게임 속 모험은 포켓몬스터에서 조금이나마 그 의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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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속 닌텐도

슈퍼마리오3를 해보셨던 분들은 '피리' 아이템에 대해 알고 계실 것입니다. 피리는 스테이지를 건너뛰게 하게 하는 능력이 있는데, 이 아이템은 사실 닌텐도에서 제작한 젤다의 전설1의 아이템과 똑같은 모양과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슈퍼마리오와 젤다의 전설을 함께 즐기는 닌텐도의 팬이라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닌텐도가 만든 게임에는 서로 다른 게임 요소가 뒤섞여 등장하고 있어서 이런 점들을 찾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습니다.

포켓몬스터 또한 닌텐도의 세컨드 파티인 ‘게임프리크’에서 만든 게임이라는 점에서 닌텐도의 향기가 숨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은 주인공 방에 있는 닌텐도 게임기입니다. 레드·그린 발매 당시 닌텐도가 출시한 '슈퍼패미콤'을 주인공의 방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TV앞에 있는 슈퍼패미콤 A버튼을 누르면 ‘레드는 슈퍼패미콤을 하고 있다’ 라는 대사를 볼 수 있습니다. 자사 게임기 홍보를 넣어 놓았습니다.

닌텐도 슈퍼패미콤.이미지 확대보기
닌텐도 슈퍼패미콤.

또 노랑시티에 있는 흉내쟁이 아가씨의 방에도 슈퍼패미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A버튼을 누르면 "마리오가 자신의 머리 위에 양동이를 뒤집어 쓰고 있는 게임이 있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와리오가 마리오 머리에 양동이를 뒤집어 씌우고 진하는 '마리오&와리오'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마리오&와리오’는 게임프리크가 포켓몬스터를 개발하기 이전에 닌텐도에게 하청을 받아 제작한 게임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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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에서도 닌텐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레드그린 버전의 루트 24,25의 BGM은 마리오&와리오의 SKY라는 BGM과 흡사합니다. 개발자에 따르면 SKY의 멜로디를 기반으로 루트 24,25를 제작했다고 합니다. 또 포켓몬 리그로 향하는 길에서도 닌텐도 프렌차이즈 게임 마더의 ‘Mt. Itoi’ BGM과 유사한 멜로디를 들을 수 있습니다.

이후 포켓몬시리즈에서도 닌텐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요소가 굉장히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매된 포켓몬스터 썬문에서 조차 말이죠! 힌트는 젤다의 전설입니다.

포켓몬스터 안에서 등장하는 '닌텐도 이스터에그'를 찾아보는 것도 닌텐도 팬이라면 매우 흥미있는 일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