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골의 곤드레나물밥, 정선오일장 안에 있는 회동집의 모듬전과 콧등치기국수, 대박집의 올챙이국수와 곤드레밥, 아리아리떡집 수리취떡까지 하나 하나 기억 속에 남는다. 인위적인 맛이 아닌 자연스러운 맛 그대로 느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번 정선 맛집 여행의 마지막은 고한에 있는 메밀촌막국수로 정했다. 모방송국 프로그램에 나온 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특히 곤드레밥정식과 명태회 막국수가 유명하다. 그 맛이 과연 어떨까 라는 기대감으로 메밀촌막국수를 향했다.
가식과 이야기가 만들어진 곳이 아닌 기억에 남는 맛과 멋을 가진 곳을 많이 찾고싶다는 소망을 필자는 가져본다.
돌솥곤드레정식과 명태회비빔막국수를 시켰다. 먼저 차려진 상차림을 보고 외관에서 봤던 선입겹이 와르르 무너졌다. 반찬 하나 하나가 정갈하게 담겨져 나왔다. 맛을 보니 각각의 맛을 잘 살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뒤이어 곤드레돌솥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입으로 들어가기 전 은은하면서 구수한 곤드레향이 먼저 느껴졌다. 양념장에 비벼보기 전 한숟가락 떠서 입으로 넣어보았다. 강하지 않고 은은한 곤드레의 삼삼한 맛과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극대화해 된다.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곤드레돌솥밥을 맛있게 먹은 뒤 명태회막국수의 맛을 봤다. 면기에 황태초무침과 메밀싹 그리고 메밀면이 먹음직스럽게 담겨져 있다. 막국수 양념 맛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새콤달콤한 맛이 좋다. 곤드레밥이 은은하면서 고소한 맛을 충분히 느끼게 했다면 명태회막국수 입안에 침샘을 자극하는 새콤달콤한 맛이 좋았다. 특히 황태초무침의 맛이 돋보였다.

적당히 잘 절여진 황태채에 알맞게 양념에 버무려져 그 맛이 부드러우면서 입에 착 감겼다. 메밀면 또한 특유의 특징을 잘 살린 것 같다. 부드러운 식감에 구수한 향을 머금은 듯하다.
막국수양념과 황태초무침 그리고 메밀면 3가지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근래에 먹어본 메밀막국수 중 손꼽힐 정도였다. 정선에서 마지막까지 맛을 제대로 보고 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맛이란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기분을 좋게 하는 매력을 가져야 한다. 매력을 듬뿍 가지고 있는 맛은 항상 기억에 남는다. 먹으면서 즐거웠던 그 맛을 담고 나올 수 있어서 좋았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