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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지명 기자] “신동빈의 뉴롯데?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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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한지명 기자] “신동빈의 뉴롯데? 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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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명 생활경제부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롯데가 지주회사 출범으로 힘차게 도약합니다. 더욱 투명해진 경영구조로 신뢰받는 기업으로 함께 하는 나눔으로 보다 따뜻한 기업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롯데의 약속입니다.”

롯데그룹의 기업 비전이다. 지난 10월 지주회사 출범을 전후해 선포한 이른바 ‘뉴롯데’의 미션이다. ‘경영비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2일 법원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자 뉴롯데로의 작업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뉴롯데의 첫 단추로 롯데 유통 통합홍보실이 신설될 예정이다.

2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유통 BU는 산하 14개 계열사 가운데 백화점·마트·슈퍼·롭스 등 4곳의 홍보실을 내년 초부터 하나로 합치기로 했다. 이들은 모두 롯데쇼핑 법인 소속 계열사로 백화점·마트·슈퍼·롭스 홍보팀이 합쳐지게 된다.
통합을 롯데그룹에서는 “뉴 롯데를 향한 첫 발”이라고 해석했다. 컨트롤타워가 현안을 통합하는 등 앞장서 이끌며 나오는 시너지 효과는 무시할 수 없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한 국내 기업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하지만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혁신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신동빈 플랜’의 첫 발걸음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롯데’를 위한 조직 개편은 재계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던 수순이었고, 이미 통합조직으로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 경쟁사인 신세계나 현대백화점도 주요 계열사의 홍보조직을 한 데 묶어 통합 관리하고 있다. 재계 역시 마찬가지다. 한화 그룹은 지난 11월 석유화학‧정유 부문 계열사들의 홍보를 통합, 총괄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그룹 내 사업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산발적인 홍보보다는 각 계열사별 시너지를 고려한 총괄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시도다.

롯데는 ‘미투’(Me Too·인기 경쟁 제품에 편승해 모방하는 것) 상품 출시로 업계에서 ‘카피의 황제’라는 오명을 얻은 바 있다. 업계 ‘1위’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미투’ 마케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롯데의 첫 발도 방법론적으로는 재계를 그대로 답습하는 셈이다. 새 비전을 선포하고 심볼을 바꿔 ‘뉴롯데’를 표방했지만, 결국 기존 기업들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뉴롯데’를 위한 초석이 그간 롯데가 선보였던 ‘미투’ 마케팅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위기의 롯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뉴롯데’를 내세웠지만, 새로울 게 하나도 없다. 임직원들은 더 혼란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해를 넘기기 전 신 회장의 집유로 분위기는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뉴롯데가 미투라는 안팎의 말은 거슬린다. 뭐가 달라졌냐는 질문에 내세울 것이 미투라면 좀 민망할 것 같아서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