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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탈원전·신재생, 해외선 원전·석탄 "한국 에너지정책 이율배반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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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탈원전·신재생, 해외선 원전·석탄 "한국 에너지정책 이율배반적"

한전 내세워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개발 8천억 투자에 '넌센스' 지적
美보고서는 "석탄 수입 감소로 바이롱광산 수익성 악화 직면" 전망
에너지 공기업들 대체연료 비용 증가로 실적 악화...작년 배당도 못해

한전의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현지주민의 항의 푯말을 소개하고 있는 현지 언론의 기사 내용. 사진=더뉴캐슬헤럴드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한전의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현지주민의 항의 푯말을 소개하고 있는 현지 언론의 기사 내용. 사진=더뉴캐슬헤럴드 캡처
5월에 발표 예정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에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기조가 고스란히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탈원전 정책'을 표방하는 우리 정부가 한국전력공사(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을 앞세워 국외로 석탄 개발과 원전 세일즈에 적극 나서자 해외 전문가와 연구기관에서 정부의 '이율배반적 에너지 행보'에 불신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호주 언론 더뉴캐슬헤럴드는 29일(현지시간) "뉴사우스웨일스 주(州)의 에너지업계와 연구기관들은 한전이 7억 달러(약 8120억원)을 투자해 최종 개발허가를 앞두고 있는 바이롱 밸리(Bylong Valley)의 바이롱 석탄광산 개발사업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 19일 '제3차 에기본' 공청회에서 오는 204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는데 과연 한전이 추진하는 바이롱 석탄광산 개발이 필요하겠느냐는 불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한전 관계자는 에기본 공청회가 열리기 불과 몇 주 전에 호주 측에 "바이롱 석탄광산은 한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전하며 바이롱 광산 개발의 호주 측 의구심을 불식시켰다고 호주 언론은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에기본 공청회 직후에도 "발전용 석탄 사용을 전면중단 하는 것이 아니고 오는 2040년까지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며 "바이롱 석탄광산은 향후 25년간 한국의 고효율 에너지-저탄소 배출 석탄 수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호주 측의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호주산 석탄의 주요 수입국인 한국의 수입량이 줄면 호주 석탄은 공급 과잉에 직면하고, 바이롱 광산과 같은 신규 석탄광산 개발도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경제금융 연구기관 IEEFA는 "한국정부가 장기적으로 석탄발전에서 벗어나 더 야심찬 계획(탈원전)을 분명히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바이롱 광산 프로젝트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넌센스'임을 지적했다.

IEEFA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4대 석탄 수입국 중 하나로 지난해 일본 6450만톤, 중국 2820만톤, 대만 1810만톤에 이어 1800만톤을 수입하고 있다.

2017년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는 한국의 석탄 수입량이 오는 2040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호주 정부 역시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대만도 향후 2030년까지 각각 매년 적게는 1~2%, 많게는 5~6%씩 석탄 수입량을 줄여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신흥 동남아국들이 석탄수입을 조금 늘리겠지만 한국 등 4대 수입국의 감소량을 메울 수는 없다는 것이 호주 정부의 계산이다.

IEEFA 보고서는 "한국 등 주요 수입국들이 점진적으로 수입량을 줄이면 바이롱 광산은 장기적으로 공급과잉,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것"이라며 "뉴사우스웨일스 주 정부는 바이롱 광산개발 최종허가를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19일 에기본 공청회에서 방청석의 "신한울 3·4호기 원전건설 재개" 구호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정부는 지난해 체코에 이어 올들어 2월 인도, 4월 카자흐스탄 등 문재인 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원전 세일즈에 열을 올리고 있다.

"탈원전은 후손을 위해 지금 시작해야 하는 일",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대전환"이라고 연설했던 문 대통령이 해외에서 "40년 무사고의 한국 원전 안정성"을 홍보하는 것을 두고 비판론자들은 '이중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에기본 공청회에서 한 방청객은 "글로벌 시대에 국내에서 하는 말과 해외에서 하는 말이 다르면 과연 해외에서 그 말을 신뢰해 주겠느냐"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문제는 원전 가동률 감소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비용 증가로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 발전자회사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원전 수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이다.

급기야 최근 한전과 한수원, 한국서부발전, 한국중부발전은 지난해 결산에서 배당을 전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6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던 한수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과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조 2354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1일 한전이 공시한 '2018년 사업보고서' 내 '이사의 경영진단 및 분석의견'에서는 "향후 대규모 설비투자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소요되는 정책비용 증가 등으로 재무여건 악화가 전망된다"는 '예측정보'가 담기기도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급격한 탈원전 및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원료비, 발전설비, 전력계통망 등 비용측면에서 발전공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재무구조 악화라는 화약에 '전기료 인상'이라는 뇌관이 불 붙으면 결과는 폭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기본 공청회에서 한 방청객은 "탈원전으로 발전 공기업들 적자가 계속 돼도 국민 불만이 폭발할까 무서워 전기료를 못 올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이중적 태도에 일침을 놓기도 했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