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유플러스, 장비 수급·4G 연동성에 화웨이 택했지만, 제재 이슈로 '흔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태도에 현재 화웨이 5G 장비를 사용하는 LG유플러스에 가장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서울, 수도권 지역에 화웨이 장비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이 지역은 전체 5G 통신망 중 30%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해 5G 장비 업체 선정시 LG유플러스는 국내 이통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를 공급업체 중 하나로 선정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3년 LTE 통신망을 구축할 때부터 화웨이 장비를 사용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망 구축에는 LTE망과의 연동성이 필요해 화웨이 장비 선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더해 화웨이의 장비는 삼성전자나 에릭슨의 장비보다 20~30% 정도 저렴하고, 초기 5G 망 구축을 위한 장비 수급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난 달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화웨이 계열사를 블랙리스트(거래제한 기업 목록)에 올리면서 화웨이에 대한 전 세계 IT 기업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이다. 구글은 미국의 거래 제한 조치 직후 화웨이 스마트폰에 구글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지메일, 유튜브 등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 주요 소프트웨어와 부품 기업들도 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여기에 미국이나 영국 등 주요 언론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화웨이의 기술 도용 문제나 통신망에의 백도어 설치 논란 등을 재조명하고 있다.
이에 국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LG유플러스가 LTE망에도 이미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점과 국내 이통사 중 최초로 화웨이 스마트폰을 출시한 점 등 양 사의 협력 관계에 주목하며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 LG유플러스를 향한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해리슨 대사의) 이번 발언에 국내 이통사나 화웨이 등은 직접적으로 거론되진 않았는데, 확대 해석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며 “현재 미군 부대 인근 기지국 등 민감 지역에는 LTE, 5G 통신 장비 모두 에릭슨 제품을 사용하고 있어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불안한 여론 형성을 잠재우기 위해선 지속적으로 5G 통신 품질이나 콘텐츠적인 측면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 SKT·KT도 유선망 등 부품 일부 '화웨이 사용'…통신업계 일단 숨 죽여
LG유플러스뿐만 아니라 다른 이통사들에도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KT의 경우 자사가 진행하는 기업 전산망 사업에 화웨이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화웨이 배제 분위기가 고조될 경우 기업간 이뤄지는 망구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나온다.
앞서 KT는 지난해 11월 화웨이와 컨소시엄을 맺고 지원한 농협의 1200억 원 규모 영업점 유선 통신망 고도화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농협은 현재 사업 시행 주체 선정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T 또한 유선 통신망 부품 일부에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통신업계는 현재 크게 동요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가 실제로 통신 사업자들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하고 일단 동태를 살피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유주의 국가에서 통신 사업자들의 장비 사용까지 국가에서 제재하진 않을 거라고 본다"며 "화웨이 갈등 자체도 미중 무역분쟁에서 촉발된 것이라 실제 통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만약 실제로 화웨이 장비 사용에 대한 제재가 들어온다면, 남은 3개 업체 장비로 3개 이통사가 전국 5G 망을 모두 구축해야 하는 점에서 5G 커버리지 구축이 늦춰지긴 할 것"이라면서도 "이 가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 제재 이슈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 간 외교적 상황이 정리되지 않는 이상 실제 통신 사업에는 관련이 없는데도 자꾸 이통사들에만 이목이 집중되니 다들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