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석구석까지 침투할 작정인가.” “아니 왜 이렇게 예쁜 걸 많이 만들지, 통장이 털리잖아.”, “카카오 시리즈는 그냥 믿고 산다.”
카카오프렌즈의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달리는 댓글들이다. 팔로워만도 무려 10만2000여명을 자랑한다.
카카오가 지난 2012년 카카오톡의 이모티콘으로 쓰일 캐릭터로 만든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군단이 어느새 ‘국민 캐릭터’로 자리잡으며 말그대로 우리 삶을 ‘점령’하고 있다. 문구제품, 화장품, 음료, 과자는 물론 소화제나 신용카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제는 여객기 동체 외부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카카오프렌즈는 ‘무지’ ‘콘’ ‘어피치’ ‘제이지’ ‘프로도’ ‘네오’ ‘튜브’에 이어 ‘라이언’까지 총 8종의 캐릭터들로 구성된다. 카카오는 자사 상품에 이들을 넣고 싶어하는 업체들에게 사용허가(라이선싱)매출을 올리며 당당히 국내 지식재산권(IP) 시장의 총아로 자리잡았다.
이 캐릭터 사업을 운영하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IX(카카오아이엑스, 구 카카오프렌즈)는 지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 ‘카카오프렌즈’로 독립한 후 지난해 7월 또 다른 자회사 JOH를 흡수 통합해 재탄생한 카카오IX의 매출은 2016년 705억이었지만 이듬해엔 976억 원으로 38.4%나 껑충 뛰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7.7% 증가한 1051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매출 신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제품군을 막론하고 다양한 기업들의 IP제휴 문의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IX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사업 관계자는 “올해 20여개 기업과 IP 제휴하고 있다”며 “카페, 화장품, 게임, 신발, 의류 등 다양한 제품군과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 삶을 점령한 카카오프렌즈 8종
카카오 캐릭터들이 새겨진 제품을 무심코 구매하기도 한다는 직장인 A씨(30세, 여)는 “카카오 캐릭터가 그려진 현금 카드가 갖고 싶어 카카오뱅크에 가입했다”며 “굳이 필요하지 않는 물건인데도 캐릭터가 너무 귀엽다보니 그냥 사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놓는다. A씨 같은 수 많은 카카오 팬들이 카카오 캐릭터 사업 성장의 원동력인 셈이다.
카카오프렌즈 IP를 사용한 제품으로 ‘카카오 효과’를 본 기업의 사례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3월부터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해 콜래버레이션 음료와 MD제품을 출시해오고 있다. 이때 출시한 봄 한정 음료 ‘어피치 블러썸’ 시리즈 2종(라떼, 티)은 출시 2주 만에 15만잔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그 여세로 지난달 카카오 콜라보 MD 상품을 출시해 한 달 만에 10만개를 판매를 기록했다. 지난 4월부터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새긴 티셔츠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세정과미래 NII 역시 출시 3주 만에 평균 판매 성장률 38%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인기를 실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달 30일 우표 10개 들이 10만장을 한정 출시했는데, 출시 2~3일 만에 모두 동이 났다”며 “대중적 관심이 높은 캐릭터들이 들어가다 보니 더욱 많은 분들이 몰렸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현재 카카오프렌즈는 제주삼다수, 더페이스샵, 배틀그라운드, 반스 등과도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있다. 캐릭터들의 성격 콘셉트에 에세이를 입힌 책까지 나왔다. 지난 2월 출판사 북21의 아르떼는 ‘라이언, 내 곁에 있어줘’, 이 달에는 ‘어피치, 마음에도 엉덩이가 필요해’라는 에세이까지 내놨다. 북21 관계자는 “카카오캐릭터들이 지닌 성격과 맞는 느낌의 에세이 작가를 선별해 책을 만든다”며 “올해 안으로 총 6가지 캐릭터를 주제로 책을 만들어 젊은 20~30대 여성들의 호응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등에 비해선 아직...“글로벌 캐릭터 성장 위한 관리 병행 필요”
카카오프렌즈의 국내 인기는 굳건하다. 캐릭터 산업 시작 3년 만인 2017년 카카오프렌즈는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조사한 캐릭터 선호도 조사에서 14.3%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를 발판삼아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카카오IX는 지난 해 12월 일본 도쿄에 ‘어피치 스토어’라는 오프라인 매장을, 지난 3월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지난 4일 세계 최고 라이선싱 산업 행사로 꼽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라이센싱 엑스포 2019’에 참가해 전 세계에 캐릭터를 과시하기도 했다. 카카오IX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츠타야 서점이나 WEGO 등 지속적인 현지 브랜드와의 제휴로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며 “중국, 미국, 유럽권에는 온라인 판매로 현지 반응을 살펴보고 있으며, 다양한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카오프렌즈의 뜨거운 인기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통할까? 국내시장을 쥐락펴락하는 카카오프렌즈의 인기도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려면 더욱 치밀한 관리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미키마우스, 헬로키티처럼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온 글로벌 캐릭터들의 매출 규모는 이같은 노력에 기반하고 있다. 한국창조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미키마우스가 한해 벌어들이는 돈은 무려 6조 원에 이른다. 헬로키티를 앞세운 일본 기업 산리오의 매출은 2017년 기준 602억엔(6137억 원)이었다. 지난해 카카오프렌즈 매출 1051억원은 미키마우스의 1.7%, 헬로키티의 17% 수준인 셈이다.
김정경 한국콘텐츠진흥원 캐릭터라이선스산업팀 팀장은 “미키마우스는 캐릭터 사업의 교본과 같은 존재”라며 “라이선싱 제휴를 맺은 티셔츠 하나를 출시하더라도 굉장히 까다로운 제품 검수와 캐릭터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특화된 마케팅 전략과 제휴 제품들에 대한 까다로운 관리를 병행해 꾸준하게 캐릭터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신뢰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