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의 R&D는 제약 선진 국가와 달리 상당히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제약사들은 그동안 복제약(제네릭 의약품)을 중심으로 외형적인 성장을 주로 이뤄왔으며 2000년 들어서면서 R&D와 신약개발의 중요성을 깨닫고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국산 신약을 보유한 기업은 1300여 개 제약‧바이오업체 중 20개사뿐이며 경쟁력을 상실하며 시장에서 퇴출된 신약도 4개나 된다. 여기에 다수 제품이 경쟁 제품에 밀려 판매 중단되기도 했으며 단 6종만이 연매출 100억 원을 넘기며 국내 제약산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선진 시장과의 격차가 크지만 국내 제약업계는 그동안의 노력으로 최근 성과를 연이어 올리고 있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먼저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건산업 수출 성과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액은 47억 달러(한화 약 5조4585억 원)이다.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했으며 전년(41억 달러·4조7617억 원)보다 14.9%나 늘어난 수준이다. 특히 2009년 1조 원대에 진입한 후 10년 만에 5조 원을 넘어서며 연평균 13.2%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R&D 역량이 높아지면서 성과도 쏟아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 중인 항암 신약 파이프라인을 대거 발표했으며 '바이오USA 2019'에서도 종근당·대웅제약·셀트리온 등이 참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유한양행의 경우 하반기 시작과 함께 1조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잭팟'을 터뜨렸다. 베링거인겔하임과 비알콜성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 치료와 관련한 간질환 치료를 위한 이중작용제(dual agonist) 라이선스계약으로 계약은 총 8억7000만 달러(한화 약 1조53억 원) 규모다.
또 다수의 제약사가 현재 글로벌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중 한미약품은 이번 하반기 비만치료제 등 다수의 글로벌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SK바이오팜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국산 신약이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단순한 투자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규제 완화와 세제 우대, 글로벌 시장 동향 파악 및 정보 공유 등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제약 선진 시장과 격차가 상당하지만 제약업계의 부단한 노력으로 그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제약업계의 노력이 성과로 하나둘 돌아오는 만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