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교수는 지난 2002년 KAIST에서 부교수로 교단에 선 이래 현재는 KAIST 특훈교수와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장 교수는 ‘탄소-수소 결합 활성화 촉매 반응 개발’ 분야에서 선도적인 업적을 달성했다. 해당 연구 결과들은 사이언스, 네이처 등 유수 과학지에 발표돼 전 세계적인 연구 방향을 주도하는 등 우리나라 자연과학 위상을 드높이는데 기여했다.
■ 올해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소감은?
제 연구성과는 저 혼자 만들어 온 것이 아니고 많은 졸업생들과 현 구성원들이 협업을 같이 해 온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그 동안 도움을 주시고 성원해주신 모든 분들과 저희 연구그룹 멤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가족들과도 이 영광을 같이 나누고 싶다.
■ 화학계가 풀지 못한 오래된 난제인 탄소-수소 결합활성화 과정의 메커니즘 규명 연구에 도전한 이유는?
지금 저희 연구팀이 주요 연구제로 삼고 있는 촉매반응 연구는 박사학위 기간 동안 연구했던 분야가 기반이 됐다. 세부 분야는 다르다. 가장 도전적이고 파급효과가 클 수 있는 연구를 주제로 생각하면서 탄소-수소 결합활성화 촉매반응 개발과 메커니즘 규명을 연구내용으로 삼게 됐다.
■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인용하는 상위 1%의 연구자로 4년 연속 선정될 만큼 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향후 이 연구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사실 모든 연구주제는 나름 의미 있고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성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면을 발견하고 응용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연구가 이런 점에서 다른 분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일반 국민은 이 연구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연구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달라.
저희가 연료로 쓰고 있는 메탄, 프로판이나 부탄 등은 자연계에 많이 존재하고 있는 탄화수소라는 화합물이다. 지금까지는 산화시켜 에너지를 제공하는 연료로만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를 출발물질로 사용해 적절한 반응을 일으켜 보다 중요한 분자로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탄화수소를 적절한 조건하에서 반응시킬 수 있는 효율적인 합성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촉매반응 시스템을 개발해 오고 있다.
■ 지금까지의 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도전하게 될 연구는?
저반응성 유기분자의 탄소-수소결합 활성화 과정에 대한 기초원리를 규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금속 촉매가 이런 활성화를 매개할 수 있는 조건과 시스템을 개발해 실제 유기화학 반응에 적용하려는 연구에 도전 중이다. 이 촉매시스템을 이용하면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 등의 저분자량 탄화수소에 유용한 작용기를 도입할 수 있다. 탄화수소의 새로운 적용성을 개발하는 과학적 진보를 명확히 성취하는 것이 향후의 연구 목표다.
■ 연구자이자 스승으로서 함께 연구하는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학생들에게는 학위 기간 동안 장차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라고 강조한다. 학생들은 결국 독립적인 연구자로 자신의 연구 커리어를 시작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물론 연구의 시작점을 지도교수가 제공하는 것은 필요하나, 그 이후의 과정부터는 학생들 본인이 연구를 계획하고 결과를 해석해 응용까지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 연구자로서 연구철학, 좌우명이 있다면?
‘서두르지 않고 기본을 중요시 하자’다. 새로운 촉매반응을 개발하고자 하는 저희 연구방향 하에서는 메커니즘의 규명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세부단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정확히 이해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단계에서 더욱 인내할 수 있어야 하고, 다음의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는 영감을 지녀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존의 연구영역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과 더불어, 새로운 연구분야를 창출하려는 시선을 유지하려 한다. 외부가 아닌 제 자신의 기준점을 설정해 연구에 적용하려 한다.
■ 앞으로의 연구분야에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와 성과는 무엇인가?
연구실에서 개발된 촉매반응이 논문 발표 등 학문적인 진보를 만드는 데서 더 나아가 실용적인 응용에 이르는 것을 보고 싶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남은 연구활동 기간 동안 학문적으로 계속 정진해 제가 속한 연구분야는 물론이고 국가·사회에 더 의미 있는 기여를 남기고 싶다. 특히 후배 연구자들이 저보다 더 발전하고 뛰어난 연구결과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도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도움 말씀 부탁드린다.
과학자의 시작점은 자연현상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자신이 현재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의문과 궁금함을 가지고 답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도 갖춰야할 중요한 면이다. 과학에 재미를 느끼며 상상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