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바탕으로 의사가 멀리 떨어져 있는 환자를 진료하고 약을 처방하는 등 의료활동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김대중 정부 당시 지식정보화 사회 구현을 목표로 원격의료가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이번 강원도의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 지정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원주와 춘천을 시작으로 화천과 철원 등 강원도 산간·오지까지 의원급을 중심으로 한 원격의료가 허용된다. 원격의료 대상은 만성환자(당뇨병‧고혈압) 중 재진 환자다. 이들은 동네의원에서 원격의료 모니터링과 내원 안내를 받을 수 있고 의사들은 상담교육과 진단‧처방을 하게 된다.
특히 대한의사협회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의쟁투)가 준비 중인 '전국의사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총파업의 가장 큰 동력이 될 전공의 역시 발 빠르게 움직는 중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번 정책을 의사‧환자 간 대면 진료·진찰의 중요성을 깡그리 무시한 정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왜 원격의료를 반대할까? 이들이 원격의료를 거부하는 핵심은 '안전성'과 '전문성'이다. 대면진료보다 떨어지는 안전성과 전문적인 진단과 처방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다. 특히 정부가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이번 정책을 추진했다는 점이 의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의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의사가 정책 주체가 돼야 하지만 의견수렴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사협회를 비롯해 정책이 시행되는 강원도와 춘천·원주의 의사회 역시 원격의료 관련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 한 채 언론보도로 이 내용을 처음 접했다고 설명했다.
또 원격의료가 의료의 공공재적인 성격과 대치되는 부분도 있다. 원력의료를 이용한 방법이 아닌 저수가 개선과 의료 취약지 의료기관과 의료인 지원책 마련, 방문진료 활성화 등으로 의료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의약품 처방도 논란이다.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환자가 처방받은 의약품이 택배 등으로 배송돼야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책임 여부가 불투명하다. 구체적인 방안이나 후속조치 등의 얘기조차 없어 약사들 역시 이를 우려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원격의료를 의료 영리화로 판단하고 있다. ICT 기술이 근본이 되기에 일부 대형 병원과 대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고 얘기다. 의사들은 원격의료가 '병원 쏠림현상'을 가중시켜 결국 동네 중소형 병원들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최대집 의사협회 회장은 "정부가 규제자유특구지역으로 선정한 강원도의사회와 사전에 협의한 사실도 없고 정책 시행을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닌 중소벤처기업부가 맡고 있다. 국민건강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원격의료를 강행하면 이에 맞서 총파업 투쟁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재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oul38@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