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공식 출범을 앞둔 새로운 통합 OTT의 명칭은 ‘웨이브(WAVVE)’다. 옥수수의 가입자 정보와 계정, 콘텐츠 등이 푹 플랫폼 안으로 포함시킨 후 웨이브로 새단장하는 방식이다. 기존 옥수수에서는 가능했던 tvN 등 CJ ENM 계열 채널 시청은 일단 제한되지만, 다채로운 스포츠 중계를 비롯한 해외 드라마, 영화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요금제는 3단계로 단순화했고, 넷플릭스보다 소폭 저렴하게 책정됐다.
웨이브의 신규 서비스나 콘텐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달 16일에 공식 행사를 통해 공개된다. 옥수수와 폭 결합에 대한 가입자들의 궁금증을 풀어본다.
웨이브는 기존 푹의 플랫폼에 옥수수를 더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즉 푹 온·모바일 플랫폼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을 리뉴얼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기존 옥수수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나 계정이 푹으로 옮겨진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중순께부터 옥수수 플랫폼 내 팝업창과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푹 운영사인 CAP로 옮기겠다는 공지를 비롯해 이용약관 변경, 기존 옥수수 콘텐츠 이용 등 통합 OTT 관련 변경 사항에 대해 고지하고 있다. 옥수수 플랫폼의 경우 올해 연말까지만 유지되고 이후에는 운영이 공식 종료된다. SK브로드밴드는 옥수수에서 사용하던 계정을 푹으로 옮겨 사용하도록 이전 작업을 돕고 있다. 이전을 원하는 가입자는 플랫폼 내 계정에서 이전 절차를 거치면 된다. 개인정보와 계정 이전을 원치 않는 가입자는 회원 탈퇴를 해야 한다. 한편, 옥수수에서 소장용 VOD를 구매했던 이용자들은 올해 말 이후 ‘oksusu MY App’을 통해 영구히 시청할 수 있다.
◇CJ ENM콘텐츠 빠진다…스포츠중계·해외드라마는 업그레이드
옥수수에서 이용할 수 있었던 콘텐츠 모두를 웨이브에서 이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tvN, OCN 등 CJ ENM 계열의 프로그램들이 빠진다. 현재 CJ ENM은 ‘티빙’이라는 자체 OTT를 운영 중인데 푹에서는 CJ ENM 콘텐츠가 서비스되지 않았고 옥수수는 실시간 채널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현재 옥수수가 제공하는 실시간 채널은 약 120여 개이고, 푹은 80여 개다. 푹을 기반으로 탄생하는 웨이브는 CJ ENM의 실시간 채널과 콘텐츠 이용을 일단 제한한다. 올해 말까지 운영되는 옥수수는 오는 17일까지만 CJ ENM 채널의 실시간 영상 서비스를 유지한다. 다만, 웨이브 역시 향후 추가 협의를 통해 CJ 계열 콘텐츠 서비스를 추가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반면 통합으로 오히려 콘텐츠가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 기존 푹에서 제대로 볼 수 없었던 실시간 스포츠 중계와 관련 채널 콘텐츠들이 웨이브 출범 후 업그레이드된다. 기존 옥수수 채널에서 제공하던 프로야구 실시간 중계와 경기별 영상, e스포츠 실시간 중계 등이 새로 도입된다. 기존 옥수수 이용자들은 무료로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 TV 프로그램들의 실시간 방송과 다시보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이전보다 고화질 영상 감상이 가능해진다. SKT 관계자는 “기존 옥수수 고객들이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볼 때는 400k (해상도 320x240화소)정도의 중급 화질만 시청 가능했지만, 웨이브를 통해 고화질 영상 시청이 가능해지게 된다”면서 “이 외에도 해외 메이저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와 제휴를 맺고 드라마·영화 등 추가적인 콘텐츠들을 준비하고 있으며 SKT가 보유한 VR, AR 실감형 콘텐츠 등 즐길 거리를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7900원부터’…넷플릭스 수준의 3종 요금제로 슬림하게
웨이브의 요금제는 기존 푹 요금제를 단순하게 개편해 단 3종으로 구성하게 된다. 요금 기준은 동시접속 가능 회선 수와 영상 화질별로 나뉘었으며 7900원(1회선, HD), 1만900원(2회선, 풀HD), 1만3900원(4회선, UHD) 등이다. 이는 넷플릭스의 요금 산정방식과 흡사하지만 조금 더 저렴한 수준이다. 넷플릭스의 월 사용료는 최소 9500원에서 최대 1만 4500원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SKT 가입자 중 일정 금액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 중인 고객들은 현재 옥수수 ‘기본 월정액’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옥수수가 푹에 흡수 통합되면서 이달 17일까지 푹으로 이전한 고객에 한해 18일부로 ‘푹(웨이브) 기본 월정액’으로 이전된다. 이용자들은 ▲지상파·종편 포함 80여 개 실시간 채널 ▲방송 6주 경과한 TV 방송 다시보기 ▲프로야구, e스포츠 중계 등을 시청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신규 가입자들은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SKT 가입자 기반의 OTT로 서비스되던 옥수수와 달리 웨이브는 이통3사 관계없이 모든 OTT 이용자를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한편 기존 옥수수 회원의 경우 17일까지 미리 푹(웨이브) 방송월정액(7900원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40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 외 SKT 가입자들의 추가 혜택 제공 여부에 대해 SKT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토종 넷플릭스 성장’ 전략은 K-콘텐츠…‘OTT 경쟁 심화’ 극복은 과제
“서비스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웨이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보·제공할 생각입니다. 2000억 원 투자받아 블록버스터, 킬러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에 쓸 계획입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 2019’에서 이태현CAP 대표는 이 같이 공언했다. 웨이브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진출에 맞서 토종 OTT로서 고품질의 K-콘텐츠를 필두로 고객 확보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하반기 제작 예정인 KBS 드라마 혹은 내년에 예정된 블록버스터 드라마 제작을 도맡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글로벌 OTT시장에서 가장 큰 손인 넷플릭스의 인기 비결인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고품질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웨이브는 오는 2022년 께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투자금액은 200억 원으로, 회당 15~20억 원이 투입됐다. CAP 관계자는 “넷플릭스처럼 글로벌 가입자들까지 확보해 유료 강비자가 300~500만 명 가량 될 경우에는 고액을 투자해 콘텐츠를 제작해도 회수가 가능하지만, 웨이브는 그보다 적은 유료가입자(70만~110만 명)를 보유했기 때문에 손실이 너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이 부분을 감안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일단 올 하반기에 지상파 3사 방송사의 대작 드라마에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대작 드라마들을 선보이되, VOD 독점 권한 등으로 마케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OTT들은 웨이브 출격을 지켜보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일단 공정위에서 지상파 방송 채널과 콘텐츠 권한을 다른 OTT사업자들에도 공평하게 제공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어 한 숨 돌린 분위기지만, 무선 시장 점유율 40% 후반대인 SKT의 가입자 공세로 더욱 막강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경쟁사 관계자는 “무선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의 OTT 서비스가 더욱 커진다는 부분에선 점유율 경쟁에서 위협적인 부분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OTT 업계가 국내 사업자간 경쟁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번 사안만 두고 전체 시장 전망을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통합 OTT에 대응해 자사 역시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마음을 놓치지 않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대형 기업들의 OTT 출시가 예고된 터라 시장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11월에는 마블, 픽사 등 초대형 IP를 거느린 디즈니에서 OTT를 출시한다. 애플 역시 하반기 애플TV 플러스라는 새로운 OTT 플랫폼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넷플릭스의 유료가입자 수는 이미 153만 명을 넘어섰다. 웨이브 출시와 더불어 OTT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