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기업과 유료방송 기업(티브로드, CJ헬로) 간 결합이 공정위의 승인을 시작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SKT)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이들 기업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심사를 거친 후 본격 인수합병(M&A) 수순을 밟을 계획이다. 2건의 M&A가 성사되면 유료 방송시장은 KT계열(KT-스카이라프)의 1강 체제에서, KT계열(31.07%), LG유플러스계열(24.54%), SK브로드밴드계열(23.92%)로 이뤄지는 3강 체제로 재편될 전망이다.
다만, 공정위는 이들의 결합으로 디지털 케이블TV와 8VSB(디지털TV를 보유한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도 기존 아날로그 요금으로 별도의 디지털 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하는 전송방식)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 제한을 사전 방지하고, 소비자 선택권 보호를 위한 시정조치를 사업체 측에 부과했다. 시정조치의 유효기간은 2022년 말까지다.
■ 시장경쟁·소비자 선택권 위한 시정조치⋯고가상품·디지털TV 전환 강요 금지 등
10일 공정위는 기업결합 승인을 발표하면서 “방송․통신사업자들이 급변하는 기술․환경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당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디지털 및 8VSB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정조치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들 기업에 부과한 시정조치는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 ▲케이블TV 전체 채널수와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계약 연장 거절 금지와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과 디지털 전환 강요금지 등 5가지다. 단 시정조치 대상에 대해서는 SKT와 LG유플러스가 다른 판단을 받았다.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8VSB 시장과 디지털 유료방송시장 간 혼합 결합에서만 시장 경쟁 제한성이 우려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경우 합변 이후 8SVB와 디지털케이블TV 시장에서도 경쟁 제한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됐다.
또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관련해 논란이 됐던 알뜰폰(MVNO) 사업 결합에 대해 공정위는 “시장 경쟁제한 우려가 적다”는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는 기존 알뜰폰 업계의 독행기업으로 알려졌던 CJ헬로가 최근 가입자 수와 점유율 감소 추세, 매출액 증가율 감소 추세 등을 종합한 결과 독행기업으로의 지위가 이미 약화됐다고 봤다. 또한, 이동통신 3위 사업자와 CJ헬로의 이통 가입자와의 결합으로 발생되는 시장점유율 증가율은 1.2%포인트에 불과해 법상으로 경쟁제한성 추정요건으로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 SKB·LG유플러스 "공정위 의견 존중한다"
당초 LG유플러스와 SKT는 각각 지난 3월과 5월에 현 케이블TV 등 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와 티브로드와의 인수합병(M&A) 추진을 위해 공정위에 기업결합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발행주식의 50%+1주를 CJ ENM으로부터 취득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한다. SKT이 경우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 산하 3개 회사(티브로드, 티브로드 동대문방송,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와 합병하되, SKT는 티브로드노원방송 주식 55%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공정위는 심사전담팀을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면에서의 심사를 진행해왔다. SKT보다 두 달 앞서 기업결합 신청을 했던 LG유플러스의 경우 지난달 중순께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통보받을 것으로 예정된 바 있으나, SKT의 기업결합과 유사한 측면이 강한 만큼 이번에 함께 통보받았다.
이번 승인 결과에 대해 두 기업은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면서, 시정조치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LG유플러스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유료방송 시장은 물론 알뜰폰 시장에 대해 공정위가 판단한 바와 같이 경쟁이 활성화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소비자 선택권 확대 뿐만 아니라 투자 촉진 및 일자리 안정화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 통신-유료방송 합종연횡 '초읽기'…과기부방통위 심사 남았다
이번 기업결합 승인으로 이제 통신-방송기업 간 합종연횡이 본격적으로 첫 발을 뗐다. 다만, 두 기업은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심사를 앞두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기업합병을 진행 중이라 과기정통부의 심사와 방통위 동의 모두를 받아야 한다. 반면 인수형태의 기업결합을 진행 중인 LG유플러스는 과기정통부의 심사만 받으면 된다. 그러나 최근 방통위가 LG유플러스의 결합에 대해서도 방통위의 고려 사항이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지난 1일 관련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방통위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이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심사에도 고려되도록 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공정위는 “국내 유료방송시장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고, 유료방송사업자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점과 국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방송·통신시장에서의 기업결합인 점을 감안해 면밀하고 공정한 심사를 진행했다”면서 “앞으로도 급변하는 기술․혁신시장에서의 기업결합에 대해 기업들이 기술과 시장의 빠른 변화에 적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면밀하고 신속한 심사를 진행하고, 경쟁제한 폐해는 근원적으로 방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심사과정에서 방송채널 전송권 거래시장의 중소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프로그램사용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관련 거래관행 등 관련 시장 현황과 개선사항을 분석해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고, 이와 함께 관련 부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소관 사항에 대해 검토토록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이통사 모두 이번 M&A를 마무리할 경우,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입지가 매우 커지게 된다. SK브로드밴드(14.3%)와 티브로드(9.6%)가 합쳐 23.9%가 되며, LG유플러스(11.9%), CJ헬로(12.6%)는 24.5%가 된다. 그간 유료방송 시장에서 공고한 1위 자리를 유지해온 KT(31.1%)를 바짝 쫓게 되는 것이다. KT 역시 시장 변화 대응책으로 케이블방송기업 딜라이브와의 결합을 추진해온 바 있다. 그러나 KT는 한 기업이 유료방송시장 점유율 33.3%를 초과하지 못하게 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발이 묶여 현재 적극적으로 기업 결합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