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제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드론에 초분광(超分光) 기술이 들어간 카메라를 탑재, 대청호 녹조를 원격 탐사하는데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성과는 환경 분야 최고의 학술지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기존 수질 파악 방식은 현장방문을 통한 현지 시료 채취와 분석 완료에 이르기까지 2일이 걸려 녹조 확산 전 빠른 대응을 하기 어려운 단점을 가진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7일 후 어느 지역에 조류가 대발생 할지 예측할 수 있어 보다 효과적인 사전 대응을 할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초분광’ 기술로 녹조 원격 탐사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일반 영상이 빛의 삼원색(RGB) 3종류로 구분되는 것과 달리 초분광 기술을 이용하면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영역을 잘게 쪼개어 200개 이상으로 나눌 수 있다.
분광기술은 물체의 성분을 더욱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어 군사, 환경, 의료, 헬스케어 등에 널리 응용된다.
육안으로는 정상으로 보이는 대청호나 금강 주변을 드론 영상으로 촬영해 초분광 기술로 분석해 보면 녹조 수준이 관심, 경계, 대발생 단계 중 어느 단계인지 손쉽게 알 수 있다.
녹조의 빛 스펙트럼을 이용해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디지털 분석을 할 수 있게 된다.
ETRI는 올해 6월부터 대청호 주요 지역 두 곳에 센서를 단 고정식 부표와 수상드론을 통한 이동형 센서를 띄워 수질을 상시 파악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각 기술은 이번 드론 초분광 기술과 더불어 통합 빅데이터를 수집하는데 활용될 예정이다.
탐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는 울산과학기술원 조경화 교수팀, 건국대 박용은 교수팀 컨소시엄 작업을 통해 현장 시료, 녹조 색소 추출, 흡광도 측정 결과와 비교를 통해 분석했다.
국내에서 국방이 아닌 민간 분야에서는 관련 기술을 적용한 것은 처음이다.
연구진은 국방 라이다 분야 과제를 수행하며 개발한 고정밀 광학계 기술 기반으로 초분광 광학계 원천 기술 확보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분광 기술은 녹조는 물론 바다의 적조 발생 분석과 농작물 병충해 여부에 따른 생산량 예측, 식품의 신선도, 피부의 노화도 판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ETRI 사업책임자인 권용환 박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조류예측 정확도를 목표로 연구 중이다. 다양한 상황에 따라 녹조 확산추적이 가능토록 만들어 선제적인 조치로 조기 억제가 가능케 만들 예정이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드론 운용의 시간적 한계로 현재는 대청호 전체를 대상으로 촬영시 드론을 2~3회 정도 나누어 촬영하면서 중요 부분을 탐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향후 연구진은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드론 탐사 정책을 설정하고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대청호 녹조 실시간 모니터링 맵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드론의 최적 이동 경로를 설정, 탐사-데이터 수집-입력-분석에 이르는 과정을 자동화하는 연구 등이 이에 포함된다.
연구진은 분석 성능을 고도화하여 조류예측 정확도를 9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목표하고 있다. 아울러 고가의 초분광 센서 국산화, 센서의 중량 및 크기를 감축하기 위한 연구도 2022년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회문제해결형 사업 중 ETRI 지원사업 프로그램인 ‘직독식 수질복합센서 및 초분광영상 기반 시공간 복합 인공지능 녹조 예측 기술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이 기술 관련 국내외 특허 8건이 출원됐고 향후 초분광 카메라 관련 업체에도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재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k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