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는 이 대학 윤동기 화학과·나노과학기술대학원 교수팀이 나선 나노 구조체를 만드는 액정 물질을 이용해 광결정(photonic crystal) 필름을 제작해 카이랄 물질을 별다른 기기 없이 눈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복잡한 분자구조의 액정 재료를 활용하기 위해선 극한으로 분자들의 거동을 제어하고 균일한 배향을 유도하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관련 기술의 부재로 응용되지 못했다.
이후 연구팀은 이 분자를 제어하고 응용하기 위해 빛에 의해 분자의 모양 및 배향이 바뀌는 현상인 광이성질체화(photoisomerization)를 유도할 수 있는 광 반응성 굽은형 액정분자를 설계했다.
연구팀은 이 액정분자들이 마치 해바라기가 빛을 따라가듯이 빛에 나란히 배향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들이 형성하는 나선 나노 구조체도 빛의 방향에 따라 매우 균일하게 세워질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렇게 방향이 제어된 나선 나노 구조체는 분자의 길이에 따라 다양한 색을 보여 푸른색에서 초록색의 빛을 선택적으로 반사하는 일종의 카이랄 색상 거울로 활용할 수 있다.
윤동기 교수팀은 이 거울을 이용해 왼쪽 혹은 오른쪽의 카이랄성을 갖는 일상생활 속의 다양한 화학물질, 한 예로 설탕을 이루는 과당과 포도당의 경우 별다른 도구 없이 왼쪽 혹은 오른쪽의 카이랄성을 갖는다는 점을 관찰할 수 있었다.
윤 교수는 "의약품 및 관련 화학산업에서 물질의 카이랄성은 독성 및 부작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예를 들어 60여 년 전에 임산부 입덧 방지용으로 쓰이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약은 카이랄성이 다를 경우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지된 바가 있는데 이 연구를 통해 카이랄성에 따라 부작용을 갖는 화학약품들을 제조단계에서부터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기 박사과정이 1저자로 참여한 이 연구는 지난 4일 ‘어드밴스드 옵티컬 머티리얼즈(Advanced Optical Materials)’ 표지논문에 게재됐으며 국제 학술지 ‘NPG 아시아 머티리얼즈(NPG Asia Materials)’ 8월 16일 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멀티스케일 카이랄 구조체 연구센터, 전략과제, 미래유망 융합기술 파이오니아사업과 교육부의 글로벌연구네트워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홍정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oodlif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