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3년간 KT를 이끌 차기 수장의 최종 후보로 구현모 KT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선정됐다. 남중수 전 KT 사장 이후 KT 내부 출신 수장은 12년 만이다. 구 사장은 새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 절차를 밟은 뒤, 황창규 회장의 퇴임과 동시에 KT 수장직에 오른다.
KT 이사회는 회장심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후보자 결정을 보고받고, 그를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정기주총에 추천하는 안건을 결의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종구 이사회 의장은 "구현모 후보는 ICT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췄으며, 4차 산업혁명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민첩한 대응이 가능하고, 확실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면서 "KT의 기업가치를 성장시킬 최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달 내내 이어진 KT 차기 회장 선임 레이스를 두고 의외로 내부인사가 선출될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 진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KT 이사회가 내부 인사를 차기 수장으로 낙점한 데는 내부 인사 출신으로서 기업 내부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산업공학 학사와 경영과학 석박사를 지낸 만큼 전문성 역시 뛰어나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을 것으로 관측된다.
구 사장은 정통 KT 출신이다. 지난 1987년 KT에 직원으로 입사한 후 전략 관련 부서와 개인고객, 경영기획 등을 거쳤다. 지난 2014년 황창규 회장 취임 당시에는 비서실장직을 수행했다. 그가 KT에서 줄곧 직장생활을 해온 만큼 내부 사정에 밝고, 전략, 기획 관련 업무를 수행해온 이력을 볼때 경영 역량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현재 부문장으로 있는 홈미디어&커스터머부에서 IPTV 사업을 키웠고, VR·AR 등 실감형 콘텐츠 사업 등에서도 성장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아울러 1964년 생으로 아직 60세도 안 된 젊은 인사다.
KT 내부에서도 구 사장의 회장 선임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내부 출신 회장은 지난 남중수 전 회장(2005~2008년) 이후 처음이다. 게다가 구 사장처럼 직원에서 시작해 회장까지 오른 적은 처음이다.
KT 관계자는 "내부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고, 1964년생 젊은 수장인 만큼 역동적인 경영 활동도 기대된다"면서 "외부 출신이 됐다면 기업 내부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텐데, 내부 출신이 선정되면서 기업에 대해 잘 알아 빠른 인수인계가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황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참고인 조사를 받고 있어 법적인 리스크는 아직 남아있다. 다만, 이사회에선 이 같은 리스크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KT 이사회는 이날 차기 KT 수장은 그간 사용했던 '회장' 호칭 대신 '대표이사 사장' 호칭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급여도 이사회가 정하는 수준으로 낮아진다. 아울러 임기 중 법령이나 정관을 위한반 중대 과실 혹은 부정행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사회 사임요청을 수락해야 한다. 향후 이사회는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정관 개정 등의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새해 3월에 정식 취임한다. 이를 위해 구 대표 선임자는 인수위원회를 마련하고, 회사 상황 파악 등 대표직 수행을 위한 준비를 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KT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KT노조는 이날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11년 만에 내부 출신 후보자가 선임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CEO 후보로 확정된 만큼 하루 빨리 KT 종사원들에게 당차고 원대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KT 노조는 "CEO 선임과정에서 분열되고 찢겨진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CEO 후보자가 KT를 속속들이 잘 알고 이해하는 인물인 만큼, 지속 가능경영의 토대 위에서 경영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조는 "CEO후보자는 갈등과 대립의 노사관이 아닌 상생과 화합의 노사관을 견지하고 노동존중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구 후보자가 그간에 보여준 탁월한 역량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혼신을 다해 CEO 직을 수행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