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실의 해리왕자(35)와 아내인 전 미국 여배우 메간비(38)가 돌연 인스타그램을 통해 “왕실의 시니어멤버로 물러나 재정적으로 독립할 것”이라며 ‘서섹스 로열’ 브랜드를 자신들 마음대로 쓰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와 함께 메간비와 해리왕자는 “영국과 북미에서 균형을 맞추며 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킹엄 궁전은 즉각 “해리왕자와 메간비의 대화는 초기단계이며 문제는 복잡하고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표명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찰스왕세자가 선후책에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메간비는 아치를 남겨두고 온 캐나다로 돌아갔다.
지난해 4월 해리왕자와 메간비는 아치의 출산을 위해서라며 윌리엄왕자, 캐서린비와 함께 살았던 켄싱턴 궁전에서 런던 교외 윈저의 프로그모어 코티지로 이사했다. 개축비만 300만 파운드(약 45억4,953만 원)나 소요됐다.
서섹스 공작과 서섹스 공작부인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은 동시에 인스타그램에 ‘서섹스 로열’이라는 공식계정을 개설했다. 그리고 윌리엄왕자와 캐서린비와 함께 했던 자선단체 ‘로열 파운데이션’을 떠나 ‘서섹스 로열’이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 메간비의 할리우드식 사고의 결정판
그동안 ‘로열 파운데이션’은 사이가 좋았던 윌리엄왕자와 캐서린비, 해리왕자 등 3명이 이끌어 왔다. ‘서섹스 로열’의 시작은 눈 감으면 코베이는 할리우드의 격랑에 휩쓸려온 메건비가 해리 왕자를 완전히 끌어들이는 큰 전환점이 되었다.
메간비는 지난해 10월의 민방 ITV 다큐멘터리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영국식의 섬세함에 진정으로 적합하다고 했지만 반대로 나의 내면을 훼손하고 있다”라고 호소했지만, 메간비가 자신을 억누르면서까지 영국왕실의 프로토콜을 겪어 왔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결혼식부터 첫아이 아치의 출산, 관중석 일각을 점거한 윔블던 관전에 이르기까지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면서 ‘타블로이드’라고 불리는 영국 대중지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는 우량미디어를 자신들이 선별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 영국언론인 전국조합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해리왕자와 메간비의 판공비 5%는 ‘소버린 그랜트’(왕실활동비)에서 충당되고 있다. 영국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200만 파운드(약 30억3,300만 원)로 추정되며 이를 반납하는 대신 현재 금지되고 있는 자금조달을 스스로 하겠다는 것이다.
■ 판공비 95%는 포기하지 않을 것
최근엔 93세로 고령이 된 엘리자베스여왕 대신 다른 왕족들에 공무가 편성되고 있다. 두 웹 사이트를 읽으면 왕실의 공무도 포함한 일을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듯 들린다. 앞으로 공무나 지금까지 관여해온 자선활동을 어떻게 할지 확실치 않다.
‘소버린 그랜트’ 이외 찰스왕세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콘월 공작령’의 이익에서 나머지 95%의 판공비를 충당하고 있으며 최대 6명의 경찰관경호, 프로그모어 코티지에서 사는 특권을 내려놓을 생각은 없다고 명언하고 있다.
‘서섹스 로열’의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는 1,040만 명에 이른다. 두 사람은 최근 2~3주 사이에 의복, 서적, 잡지에 이르기까지 100개 이상의 ‘서섹스 로열’브랜드를 상표 등록했다. 아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 세계 제일의 라이프스타일 사이트가 될 것이 틀림없다.
두 사람은 미디어의 선별에서 퍼블리시티권을 독점하고 있으며 스피치료도 1회 최대 50만 달러(약 5억8,0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저명 여성 퍼스낼리티 오프라 윈프리와 ‘멘탈 헬스’를 테마로 한 TV 다큐멘터리 시리즈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메간비는 영국왕실의 지명도를 이용해 ‘제2의 카다시안가문’을 겨냥하고 있으며 자기연출 능력으로 연봉 5,000만 달러(약 580억 원)를 벌어들이는 슈퍼부자가 되려고 한다고 영국 왕실 전통의 프로토콜에 정통한 윌리엄 핸슨은 말했다.
그는 “왕실멤버들의 활동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선활동에 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서섹스 로열의 아디다스나 인스타그램과의 금전지불을 수반하는 파트너십을 보는 한 경계경보가 울리기 시작하고 있다. 상업주의에 치우치면 사람들과의 공감대는 없어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 지나친 상업주의 왕실이미지에 상처
런던의 로열홀로웨이대학(런던대학) 에서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폴린 맥클라렌 교수도 “그들은 자신의 독립된 브랜드를 확립하려고 하고 있지만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왕실브랜드를 거부하고 독자브랜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그 브랜드가 로열 패밀리의 이미지와 브랜드에 어떻게 딱 달라붙는지는 의문”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이와 함께 “그들이 왕실의 칭호를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인식될 경우 이해가 충돌할 우려가 매우 높다. 그들이 칭호를 포기하지 않는 한 왕실에게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왕위의 이미지를 심하게 훼손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며칠간 무엇이 협상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내 추측으로는 엘리자베스여왕과 찰스왕세자는 일정한 의무를 유지하면서 일정한 독립성에 동의함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컨트롤을 되찾으려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경수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ggs0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