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디지털 엑스선 소스를 개발,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때 전자빔을 발생시키는 방법에 따라 엑스선 소스의 작동 방식이 결정된다. 기존에는 필라멘트를 2000℃의 고온으로 가열, 전자를 발생하는 방식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에 노출될 위험이 있고 영상의 선명도나 검사 시간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ETRI는 열을 이용한 기존 전자빔 발생 방식 대신 전기 신호를 이용했다. 탄소나노튜브가 밀집된 전자원(외부 자극에 의해 전자를 방출하는 소자)에 일정 값 이상 전기를 걸면 즉각적으로 전자가 발생하는 현상에 착안해 엑스선 소스에 적용했다.
연구진은 전기 신호로 전자가 방출되는 정도를 직접 제어하기 때문에 필요한 순간에만 전기를 걸어 엑스선을 방출한다. 이로 인해 동영상 촬영 시에만 방사선이 나오도록 제어하면서 노출 수준을 기존 대비 50%로 줄였다. 또 피사체의 움직임을 고려한 전기신호 제어시 최대 1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아울러, 연구진의 디지털 방식은 수백 나노초(ns,1나노초=10억분의 1초) 수준으로 전류 제어가 가능해 수십 밀리초(ms,1밀리초=1000분의 1초) 수준으로 제어하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보다 최대 1만배 이상 빠른 속도로 정밀한 촬영이 가능하다. 이로써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촬영 속도도 유연하게 조절이 가능해 혈관 수술시 엑스선 영상 촬영의 잔상도 줄이고 보다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디지털 엑스선 소스는 미국, 일본, 유럽을 포함한 여러 선진연구그룹이 20여 년간 연구해왔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밀봉된 상태에서 별도의 진공 펌프 없이 높은 진공도를 유지시켜 제품의 수명이 상용화가 가능할 정도로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ETRI 연구진은 15년 전부터 연구해 온 전계방출 디스플레이(FED) 원천기술 보유로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연구진은 "엑스선 튜브를 완전 진공 밀봉 형태로 제작하고 이를 완벽하게 디지털 방식으로 제어하면서 기존 대비 크기를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고 응용이 쉬워 제품화 경쟁력이 높다"며 "진공 밀봉시 기존에 쓰인 유리 대신 세라믹을 이용해 상용화 수준의 수명과 제품 특성을 갖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의 기술은 가열이 불필요해 건전지(AA) 크기의 장비 경량화로 제품화가 가능하다. 휴대하기 쉽게 작게 만들고 엑스선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현재 중견기업 2곳을 포함, 7개 관련 업체에 기술 이전이 완료됐다.
특히 기술이전 받은 치과용 진단 장비업체는 그동안 일본 대기업으로부터 전량 수입하던 휴대 촬영용 엑스선 부품을 대체,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다른 업체는 산업용 생산 라인에서 정전기를 없애주는 장비인 이온나이저(ionizer)를 디지털 튜브로 대체해 디스플레이 업체로부터 호평받았다.
송윤호 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은 "오랜 기간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혁신적인 신기술로 대체함으로써 단순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고 말했다.
김진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방사선종양학과·의료기기산업학과 교수는 "ETRI의 기술로 엑스선의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 방사선 노출 걱정을 줄이면서 영상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향후 이 기술을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도록 출력을 높이고 관련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홍정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oodlif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