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측과 반(反)조원태 진영이 경쟁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어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의 최대 우군인 델타항공은 최근 한진칼 지분 10%에서 11%로 늘렸고, ‘3자 연합’의 반도건설은 5.02%포인트(p) 늘려 지분율을 13.3%까지 확대시켰다.
델타항공의 지분 확대로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은 35.45%로 늘어났고,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은 총 37.08%로 1.63%p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3월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주주총회 주주명부가 이미 폐쇄된 만큼 추가 지분의 의결권 행사는 불가하다. 하지만 주총을 앞두고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캐스팅보트인 소액주주와 기관투자가 유인을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일단 델타항공이 한진칼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데 대해 시장에선 조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한항공 노조에 이어 전직 임직원들이 조 회장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우호적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이와는 달리 반도건설의 추가 매입은 3월 주총 이후 장기적 전략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도건설은 3자 연합 소속으로 주총 승패여부를 떠나 반(反)조원태 진영으로 낙인찍혀 있는 상태다. 주총 이후 3자 연합이 결속력을 유지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3자 연합 분열을 전제로 반도건설의 독자 노선은 부담이지만 최대주주 자리를 공고히 한다면 한진그룹에 대한 견제 뿐 아니라 향후 우호적 관계 모색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지분 매입 비용으로 2000억 원 가량을 투입한 반도건설이 차익 실현 보다는 최대주주 등극을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반도그룹의 최근 적극적 순매수 움직임을 보면 단기 차익을 노리고 진입했다고 보기에는 부자연스럽다”면서 “호반, 부영, 중흥 등 풍부한 현금 보유를 활용한 중견건설사의 인수합병(M&A)시도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시, 반도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입 의도는 좀 더 큰 그림 아래 기획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KCGI 물량까지 인수하면 반도그룹은 한진그룹 일가를 제치고 단일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반도그룹이 향후 KCGI 물량까지 인수하는 형태로 대응할 경우, 한진칼 이사회 장악 및 순차적인 계열사 이사회 장악으로 조 회장 일가를 그룹의 주요 임원에서 배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조 회장 일가는 상속세 연부연납 재원 확보에 차질이 생기면서 지분 매각이라는 악수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건설(13.3%)은 추가 지분 매입에 따라 KCGI(17.29%) 다음으로 한진칼 지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이어 델타항공(11%), 조 회장(6.52%), 조현아 전 부사장(6.49%) 등 순이다. 만일 반도건설이 KCGI 지분까지 흡수한다면 30.59%로 한진그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3월 주총 이후 3자 연합이 단일대오를 유지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반도건설을 비롯해 KCGI, 조 전 부사장 등 서로 이해관계가 맞물려 연합전선을 구축했지만 방향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도 “3자 연합 내부에서도 각 주체의 지향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minc0716@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