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규 전 청와대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임기를 마치고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면서 크래프톤의 기업공개(IPO) 관련 전망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배그)' 신화를 쓰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크래프톤이 기업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려 IPO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 장 의장 '컴백'한 크래프톤, 올해 IPO 포문 여나
장 의장의 복귀에 맞춰 연초부터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IPO 준비 관련 소식들이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IPO는 장 의장이 지난 2018년 말께부터 언급해온 크래프톤의 중장기 목표 중 하나다. 연초부터 조직 개편 소식도 들려왔다. 지난달 크래프톤은 연합 게임사 중 하나였던 '스콜'의 폐업 소식을 알렸다. 게임 개발 방향성 등 견해차에 따른 결정이라고 알려졌지만, 적자가 극심했던 게임사를 정리한다는 측면에서 IPO 준비의 신호탄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에 더해 지난 5일엔 크래프톤 일원인 펍지주식회사의 김창한 대표를 크래프톤 대표로 선임, 경영진 교체 작업도 진행했다.
2017년 '배틀그라운드'로 이름을 알려 단기간에 IPO까지 내다보게 된 크래프톤은 지난 2007년 중소 게임개발사로 출발했다.
온라인게임 '테라'를 시작으로, '배틀그라운드'의 대박 흥행으로 단숨에 주요 게임사 대열에 합류했다. 크래프톤은 '중세 유럽 장인의 연합'을 가리키는 ‘크래프트’라는 단어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2018년부터 게임사 연합이라는 콘셉트 아래 산하 개발사들을 아우르고 있다. 회사는 크래프톤(구 블루홀)이라는 본체 외 펍지, 블루홀, 피닉스, 레드사하라, 딜루젼스튜디오, 엔 매스(En Masse) 엔터테인먼트(북미 지역 퍼블리싱 회사) 등 연합체로 구성됐다.
■ '배그 신화'로 로켓 성장…강력한 후속작 없는 건 '약점'
크래프톤의 역사는 지난 2007년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시작됐다.
장병규 현 크래프톤 의장이 '블루홀스튜디오'라는 게임 개발사를 차렸고, 이후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PC 온라인게임 '테라'의 흥행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그 해 테라는 대한민국게임대상에서 4관왕을 달성했으며, 같은 해 일본 시장 출시, 이듬해 유럽·북미 지역과 대만 등 연이은 해외 출시 성과를 냈다. 이후 2017년, 예전 ‘블루홀지노게임즈’라는 이름의 펍지가 출시한 배틀로얄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대박'을 쳤다.
게임은 글로벌 PC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전 세계 동시 출시됐는데, 출시 13주 만에 누적 매출액 1억 달러(약 1200억 원)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게임은 PC 버전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이후 콘솔과 모바일 버전으로도 출시됐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PC와 콘솔플랫폼에서의 이 게임 누적 판매량은 6500만 장을 넘어섰다. 모바일 버전의 전 세계 다운로드 수는 6억 건에 이른다.
인기만큼 크래프톤의 실적도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기재된 크래프톤의 지난 2016~2018년 실적에 따르면, 2016년 기준 크래프톤의 연 매출은 372억 원을 기록했으며 2017년엔 그보다 8배 이상 폭증한 3104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액은 1조1200억 원으로 '1조 클럽'에 입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2016년 적자에서 이듬해 흑자 전환을 이룬 뒤 2018년엔 전년 대비 10배 가량 증가한 3003억 원을 기록했다.
이러한 실적에도 배틀그라운드 외엔 강력한 흥행작을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출시 3년이 넘어간 배틀그라운드의 화력은 결국 서서히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차기 흥행작 출시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크래프톤이 출시했던 테라M, 테라클래식, 미스트오버 등 기출신작들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약해진 ‘배그’의 화력은 주가나 실적에서 드러나고 있다. 2017년 전성기 시절 크래프톤의 장외주식은 75만 원 이상 치솟기도 했지만, 현재는 40만 원대 안팎에 그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크래프톤의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47.2% 폭감한 6925억 원, 1595억 원으로 집계됐다. 배그의 뒤를 이을 크래프톤의 '강력한 한 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 신작 흥행이 ‘관건’⋯아쉬운 출발 딛고 흥행작 준비 ‘사활’
크래프톤의 기업가치 제고와 성공적인 IPO를 위해선 흥행작 출시가 필수적이다. 크래프톤도 신작 흥행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일단 첫 출발은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 5일 크래프톤은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테라 히어로’를 출시했다. 장 의장 복귀 후 첫 대작 게임이란 기대감과 달리, 현재까지의 흥행 실적은 다소 부진한 편이다. 시장 상위권을 점령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시리즈, 최근 출시되며 흥행가도를 달리는 ‘AFK아레나’, ‘A3: 스틸얼라이브’ 등 경쟁작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흥행을 위해선 게임 안정화 작업과 기존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 요소가 보강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향후 출시될 차기작들의 성과 여부에 더욱 이목이 쏠린다.
크래프톤은 연내 ‘에어(A:IR)’, ‘눈물을 마시는 새’ 등 2종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어’는 크래프톤이 오랜 기간 제작 중인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기계문명과 마법이 공존하는 세계관을 담아냈다. 에어는 지난해 6~7월 2차 비공개 시범 테스트(CBT)를 통해 중간 검증을 끝낸 후 다시 보강 작업을 진행 중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지난해 말 공개된 모바일 MMORPG로, 한국 판타지 소설 작가인 이영도 씨의 동명 원작 소설 IP를 활용한 게임이다.
크래프트 관계자는 “지난해 미스트오버의 PC·콘솔 버전 출시에 이어 올해엔 모바일 기반의 ‘테라 히어로’와 북미 콘솔게임 ‘다크 크리스탈 택틱스’ 등 장르, 디바이스 범위에 국한되지 않는 게임 개발로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고 있다”라면서 “배틀그라운드가 새로운 장르를 대중화하고 플랫폼을 확장해 갔듯이 유행 장르와 디바이스를 따라가기 보다는 각 제작팀과 스튜디오가 게임의 독창성과 방향성을 새롭게 그리려 한다”고 밝혔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