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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선진국이라던 미국, 코로나19에 왜 속수무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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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선진국이라던 미국, 코로나19에 왜 속수무책인가

전국간호사연합 조직실장 “코로나19 의료시스템 붕괴 수위”
병원, 비용 절감 위해 의료장비 비축 안 해 진단키트 등 부족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컵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촬영한 의료 물품의 사진. 코로나 19로 환자가 폭증하자, 미국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 부족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제이컵 재비츠 컨벤션 센터에서 촬영한 의료 물품의 사진. 코로나 19로 환자가 폭증하자, 미국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 부족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 수위에 도달했다는 현직 간호사의 지적이 나왔다.

미국 전국간호사연합(NNU) 조직실장인 한국계 로이 S 홍(한국명 홍순형)은 3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마스크와 진단 키트가 부족한 데다 뉴욕의 경우 병원에 다녀간 경찰과 앰뷸런스 응급 요원, 소방관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며 미국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 수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일 오후 2시 58분(미 동부시간) 기준 30만915명으로 집계됐다. 3월 19일 1만 명을 돌파한 확진자가 16일 만에 30배로 늘어난 것이다.

사망자 수는 8162명으로 증가하며 8000명 선을 넘었다.
의료 선진국이라던 미국이 코로나19 대응에 갈팡질팡하며 확진자와 사망자가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는 형국이다.

홍 조직실장은 이 같은 사태의 한 원인으로 미국 병원의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 시스템을 꼽았다.

저스트 인 타임은 원가 절감 등을 위해 재고를 최대한 억제하는 상품관리방식이다.

대형병원이 평소 전염병 확산 등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의료장비 재고 물량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병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평상시 의료 장비를 필요한 수량만 주문해서 쓰고 버리는 시스템을 유지해왔다"며 "그러다가 이번에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비상 상황에 직면하면서 의료장비 부족 현상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홍 조직실장은 대형병원과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능력도 비판했다.

그는 "대형병원이 간호사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아 중환자실과 응급실, 심지어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의 간호사들에게도 마스크가 지급되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진원지와 그다음 확산 지역에 의료 장비를 배분하는 일이 중구난방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연방정부가 제대로 된 조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조직실장은 미국 현지 언론이 한국의 대응 사례로 코로나19 진단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지만, 진단뿐만 아니라 감염자를 공격적으로 격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어 있는 대학 기숙사와 호텔, 컨벤션센터를 활용해 환자를 격리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자택 금지령 등 각종 폐쇄 조치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NNU는 210여개 병원의 간호사 15만명이 가입한 미국 최대의 간호사 노조로,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맞아 의료장비 부족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간호사들의 항의 시위를 이끌고 있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