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SKB-넷플릭스, '망 이용료' 소송전…ISP-CP업계 촉각 왜?

글로벌이코노믹

ICT

공유
0

SKB-넷플릭스, '망 이용료' 소송전…ISP-CP업계 촉각 왜?

넷플릭스 가입자 200만 명 넘어서며 트래픽 증가로 망 이용료 재부각
SKB " CP들 전송 콘텐츠 점점 고용량화…망 유지보수 비용 점점 증가"
방통위 중재도 일단 멈춤…소송 결과 따라 망 이용대가 지불주체 결정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로고. 이미지 확대보기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 로고.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망 사용료를 부과할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는 이들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으며 인터넷망을 활용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ISP에 일정 비용을 물어야 한다고 반박한다.

실제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계약 관련해 중재를 신청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제작사(CP)들과 ISP 간 소송은 오랜 시간 지속해왔다. 게다가 국내 CP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 간 국내 망 이용료 차이에 대해서도 수년간 계속 역차별 논란이 벌어졌다. 이번 소송으로 망 이용료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 넷플릭스가 소송을 건 이유는….

14일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법에 '채무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받기 위함이다.
넷플릭스는 자사의 오픈커넥트(Open Connect, 이하 OCA)라는 무상 지원 프로그램을 SK브로드밴드에 제공하는 것으로 망 이용 대가를 대신하겠다는 의견이다. 인터넷 제공 사업자(ISP)는 소비자들에게 이미 망 사용에 대한 대가를 받고 있는데, 이를 콘텐츠 제작사(CP)에까지 받는 건 이중 청구라고 주장한다. OCA는 ISP의 데이터센터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ISP 인터넷망의 트래픽량을 조절해주는 시스템이다.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외국 서비스를 이용할 땐, 해외에 있는 서버에서 우리나라로 데이터를 들이기 위한 해외 망이 필요하나 이 해외망은 국내 망보다 수용 가능한 트래픽 양에서 상대적으로 차이가 난다.

넷플릭스의 OCA는 자사의 고용량 콘텐츠들을 소비자들이 원활하게 즐길 수 있도록 ISP의 데이터센터(IDC)에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설치하고 캐시서버에 국내 이용자들이 많이 찾을 콘텐츠를 예측해 캐시서버에 전송해 놓는 방식이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콘텐츠들을 새벽 시간대에 미리 가져다 놓는 것을 통해 이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트래픽 과부하가 일어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해외망뿐 아니라 국내 망에서의 트래픽 혼잡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면서 "딜라이브,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등이 이미 사용 중으로, SK브로드밴드에도 줄곧 이를 제안했으나 거절해 결국 소송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OCA로는 국내 트래픽 과부하를 완전히 해결해줄 수 없다고 말한다. OCA로 설치된 캐시서버에서 실제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전달해주는 데 필요한 망에 대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도 한다. 해외에 있는 서버에서 자사 IDC까지 오는 데엔 효과적일지 몰라도, 소비자로 가는데 필요한 망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발 트래픽이 막대해 망 증설에 대한 비용이 부담인 것도 문제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는 200만 명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서비스에 대한 이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트래픽 양이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달 SK브로드밴드는 자사 망을 통해 넷플릭스 콘텐츠를 소비하는 고객들로부터 화질·속도 저하에 대한 불만을 듣고 해외망을 추가로 증설하기도 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넷플릭스 가입자 증대로 3차례 해외망 증설을 한 상황이며, 앞으로도 1~2차례 더 증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 SKB 방통위에 '중재' 신청, 넷플릭스 '소송'으로 맞수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분담을 위해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1월 방통위에 망 사용료에 대한 중재를 신청하기도 했다. 방통위는 내달 중 양측 의견을 반영한 재정 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넷플릭스가 결국 '소송'을 택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재정 역시 중단됐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향후 다른 ISP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사례가 될 수 있을 방통위의 중재안 발표를 소송으로 대응했을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SK브로드밴드 등 ISP는 넷플릭스가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 AT&T, 컴캐스트, 프랑스 통신사 Orange 등 다수 해외기업들과는 망 이용 관련 계약을 맺었다는 부분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넷플릭스 측은 "다른 기업들과의 계약 내용은 기밀 사안이라 밝힐 수 없으나 어떤 국가들과도 '망 이용 대가'를 명목으로 한 비용을 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OCA 정책은 SK브로드밴드(ISP) 인터넷망을 써서 우리 서비스에 접속하는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대책이다"라면서 "ISP에서 넷플릭스 사용자 급증 등으로 과도하게 드는 망 관련 비용을 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ISP 측에서 자사로부터 받은 이용 댓가 중 얼마를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건지는 명확하게 제시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 복잡다난한 망 사용료 논란…'국내외 CP 역차별에 비싸다'


망 사용료에 대한 갈등은 수년 전부터 ISP와 CP 사이에서 논란이 돼 왔다. 갈등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들이 국내 ISP에 지불하는 망 이용 대가에 비해 국내 CP들이 내는 망 이용료가 현저히 많다는 '역차별' 논란과 국내 ISP가 CP에 청구하는 망 사용료 자체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6년 기준 네이버는 국내 ISP들에 700억 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카카오 역시 300억 원대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반면, 해외에 서버를 둔 글로벌 CP들은 망 이용료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이 지난해 KT, SK텔레콤, 세종텔레콤 등과 순차적으로 망 이용계약을 체결했지만, 얼마 정도의 금액을 지불하고 있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유튜브를 지닌 구글 측은 아직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와의 소송 결과에 따라 지나친 망 이용료를 내는 국내 CP들의 반발 역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국내 CP 측은 이런 역차별과 별개로 국내 ISP의 망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통신사들의 망 사용료가 비싸고, 전 세계 기준으로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라면서 “5G 시대가 됐지만, VR·AR(가상, 증강현실) 등 트래픽이 많이 드는 서비스 콘텐츠는 제공하기 어렵다. 2016년 정부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 이통사들이 계속 망 이용료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플레이를 운영하는 박태훈 왓챠 대표 역시 "국내외 국내 ICT의 헤게머니는 통신사에 넘어가 있다"면서 "해외 진출도 글로벌 경쟁력과 4K, 5G 서비스 잘 갖춰야 하는데, 공정 경쟁 기반이 안 갖춰져서 서비스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이에 대해 이통사들은 CP들이 전송하는 콘텐츠들이 점점 고용량으로 변화하면서, 이를 전송해주는 망을 유지하거나 보수하는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통신업계는 인터넷망을 고속도로로 비유한다. 고속도로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인프라라고 해도 시설 운영을 위해 통행 차들이 요금을 내듯, 콘텐츠 기업들 역시 이를 부담할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게다가 CP들은 망을 이용해 콘텐츠를 전송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만큼, 망 운영에 대한 비용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갈등은 '망 중립성'에 대한 논란과도 연결된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망사업자들은 소비자들에게 초당 메가바이트, 기가바이트 수준으로 요금을 책정해 돈을 받으며 인터넷 서비스를 판다는 것은 모든 플랫폼에 문제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서비스를 판 것"이라면서 "해외 접속 회선을 늘리는 등 연결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ISP 몫이며 넷플릭스에 '망 이용료'를 받겠다는 것은 결국 정보 전달료를 받겠다는 것으로 인터넷의 철학과 '망 중립성'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비용 절감과 수익 극대화 측면에서 두 진영 간 갈등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ISP 측은 망 구축 없이 되도록이면 기존 망을 토대로 사업 운영을 하고 싶을 테고, CP 측 역시 최대한 저렴하게 인터넷을 활용해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국내 인터넷 업계 전반에서의 망 이용료와 망 중립성 관련한 정책 방향이 갈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지난 14일 "넷플릭스의 급증하는 트래픽을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며, 법원으로부터 소장이 전달되면 검토해 후속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sh@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