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온택트 시대'로 진입하는 글로벌 흐름에도 다른 말산업 선진국과 달리 온라인을 통한 마권(馬券) 발매를 금지하는 족쇄가 채워져 있어 대한민국 말산업은 성장의 길목에서 정체 또는 쇠퇴의 기로에 처해 있다.
본지는 포스트 코로나 '온택트' 시대에 오프라인 마권 발매만 허용하고 있는 국내 법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주>
14일 한국마사회와 말산업계에 따르면, 마사회는 말산업 정상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지난달 19일부터 서울, 부산경남, 제주 등 3개 경마공원에서 고객을 입장시키지 않는 '무관중 경마'를 시작했다.
앞서 마사회는 지난 2월 23일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경마를 일체 중단하고 경마공원 등 모든 사업장을 휴장했다.
지난해 마사회의 총 매출액은 7조 3937억 원, 영업이익은 1200억 원이었다. 경마가 중단된 지난 2월 23일부터 지난달 무관중 경마 시행 전까지 약 4개월간 2조 5000억 원의 매출 손실을 입은 셈이다.
여기에 더해 '무관중 경마'는 마권(馬券, 승마투표권) 발매 수입 없이 상금, 운영비 등 비용만 지출하는 것이라, 마사회는 무관중 경마로 매주 60억 원씩 추가 손실을 보고 있다.
마사회로서도 무한정 손실을 감수할 수 없는 만큼, 하반기에도 무관중 경마를 계속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마가 중단되면 국내 말산업이 존립 자체를 위협받는다.
국내 말산업은 연간 총 3조 4125억 원 규모로, 경마가 전체 86.6%인 2조 9555억 원을 차지하고 나머지 13.4%를 말 생산, 사육, 사료, 유통, 승마 등이 차지한다. 경마가 중단되면 나머지 말산업은 존립기반을 잃어버리는 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경마선진국들과 반대로 전체 말산업에서 경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서 경마 중단으로 인한 타격이 훨씬 심각하다.
말산업은 1차(생산·사육), 2차(사료·설비), 3차(경마, 승마, 관광) 산업을 망라하는 성장 잠재력이 큰 산업으로, 우리나라는 지난 2012년 7월 '제1차 말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과 2017년 2차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해 본격적인 말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아직 선진국에 비해 규모가 작고 자립기반이 취약하다.
문제는 경마를 정상화하고 말산업을 계획대로 육성할 '분명한 해법'이 있음에도 현행 법제도로 인해 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해외 주요 경마선진국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월부터 '무관중 경마'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마권 발매(온라인 베팅)'가 허용되기 때문에 예년처럼 경마시행체는 마권을 발매해 수입을 올리고 경마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마권 발매는 합법적 경마시행체(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마사회 독점)가 전화나 인터넷으로 마권을 발매하는 것을 말한다. 사설 경마업체의 불법 온라인 경마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고객은 전화나 인터넷으로 어디서나 마권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경마장을 폐쇄하고 '무관중 경마'를 중계만 해도 정상적인 경마 운영이 가능하다.
경마선진국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는 코로나 이전부터 법적으로 허용돼 활성화돼 있었다.
영국은 아예 온라인 마권 발매를 규제하는 법률이 없고, 프랑스는 2010년 온라인 경마를 합법화했다.
미국은 각 주별로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고 있고, 호주는 2001년부터 경마, 경견, 스포츠, 복권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온라인 베팅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경마시행체가 독점체제로 운영되는 동양권 국가의 경우도 온라인 베팅이 허용되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은 '경마법'에 따라 온라인 마권 발매를 시행 중이고, 최근에는 독점 경마시행체인 중앙경마회(JRA)와 지방경마회(NAR)가 외부 업체에 온라인 발매 위탁운영도 맡길 수 있도록 했다.
홍콩은 독점 경마시행체인 홍콩자키클럽(HKJC)이 운영하는 공식사이트를 통해서만 온라인 발매를 허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독점 경마시행체인 터프클럽(STC)이 폭넓은 권한을 가지고 온라인 발매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 한국마사회법 제6조(마권의 발매 등) 1항은 '경마를 개최할 때에는 경마장 안에서 마권을 발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2항은 '경마장 외의 장소에 마권의 발매 등을 처리하기 위한 시설(장외발매소)을 설치·이전 또는 변경하려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경마장과 장외발매소에서만 마권 구매를 허용하고 온라인을 통한 마권 발매·구매를 금지하고 있어, 고객운집을 우려해 경마장과 장외발매소를 폐쇄하면 원천적으로 경마가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마권 구매가 가능해지면 구매 편의성이 높아져 도박중독자가 늘고 온라인 불법경마가 더 성행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마사회가 2000년대 이후 온라인 베팅을 허용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베팅 시행 이후 불법도박시장 규모는 오히려 대폭 축소됐다.
말산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현재 13~14조 원으로 추산되는 온라인 사설경마는 온라인 마권 발매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자연히 100% 불법"이라며 "합법적 경마시행체에 의한 온라인 마권 발매가 허용되면 어떤 형태로든 온라인 불법경마 수요가 합법적 온라인 경마로 옮겨갈 것이다. 이 경우 지하경제 양성화와 세수 확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3차 산업 연계 年 3조 4000억 수익 창출, 1만 6000명 일자리 생성 '경제효과'
美시장 150조, 말산업 인구 186만명 '최대'...日 승마인구 250만명, 한국 6만명
■ 국내 말산업 현황과 해외 선진국과 비교
말산업은 말 생산부터 경마정보 유통까지 1~3차 산업을 망라하는 산업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총 3조 4000억 원의 경제효과와 말 사육농가, 경마관계자 등 총 1만 6000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경마 비중이 2조 9555억 원으로 86.6%를 차지하고, 말 관련업(유통·진료·사료) 2289억 원(6.7%), 말 생산 1203억 원(3.5%), 승마 1077억 원(3.2%) 규모다.
우리나라는 마사회를 중심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경마산업 수출과 경마선진국 진입을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마사회는 지난 2014년부터 한국 경마실황을 해외에 수출하기 시작해 미국,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경마선진국 13개국에 연간 760억 원 이상의 경마실황을 수출하고 있다.
2015년에는 해외종축개발사업 '케이닉스' 사업을 시작했다. '케이닉스'는 어린 말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우수 경주마를 찾아내는 마사회 자체개발 프로그램으로, 우수 경주마를 발굴해 해외 경주마 경매에 상장시키거나 국제경주대회에 출전시킨다.
지난해 6월에는 마사회가 주최하는 국제경주대회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가 '파트원 국제대회'로 승격돼, 우리나라가 경마 선진국 그룹인 파트 원(PART I) 국가로 승격되는 초석을 다졌다.
그러나 말산업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마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말산업 규모는 3조 4125억 원, 말사육두수 2만 7246두, 말산업인구 1만 6000명, 정기승마인구 5만 7000명, 체험승마인구 86만 3000명이다.
세계 최대 말산업 국가인 미국의 경우, 2016년 기준 말산업 규모 149조 원, 말사육두수 950만 두, 말산업인구 186만 명이다.
영국은 말산업 규모 11조 4000억 원, 말사육두수 100만 두, 말산업인구 410만 명, 승마인구 240만 명이다.
프랑스는 말산업 18조 3000억 원, 말사육두수 100만 두, 승마인구 220만 명이고, 일본은 말산업 22조 원, 말사육두수 9만 3000두, 승마인구 250만 명이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