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은 이날 경기도 화성에 있는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정 수석부회장 등 현대차그룹 경영진과 만났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이날 회동은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다.
◇이재용-정의선, '현대차 핵심시설'에서 모빌리티 협력방안 모색
이날 두 기업 총수에 참석한 수행 인원 면면을 살펴보면 두 번째 회동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사장,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황성우 삼성종합기술원 사장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현대차그룹은 정 수석부회장외에 서보신 현대·기아차 상품담당 사장, 박동일 연구개발기획조정담당 부사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책임지는 핵심 중역들이다.
이 부회장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 방문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95년 처음 문을 연 남양연구소는 현대·기아차의 모든 새 차 디자인과 신(新)기술이 태어나는 연구개발(R&D)의 산실이다. 또한 국내 자동차 연구개발 시설로는 최대인 347만㎡ (약 105만평)규모를 자랑하며 연구인력 1만4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곳은 주행시험장을 비롯한 각종 시험과 연구 시설이 즐비하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그간 다른 기업 총수에게 남양연구소 문을 쉽게 열어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날 이런 관례를 깨고 이 부회장에게 '비밀 시설'을 공개한 점은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중요하고 여기고 있는 상징적인 제스처다.
◇삼성전자-현대차 협력방안, 전기차 배터리에서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대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5월 회동이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이날 모임은 모빌리티 전반으로 협력 범위가 넓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첫 번째 회동에서 삼성의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이 부회장과 심도있는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는 이 부회장이 정 수석부회장에게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이 그려내는 미래 모빌리티 구상은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나아가 UAM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현대·기아·제네시스 브랜드에서 44종에 달하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해 연간 100만 대, 세계 3위의 전기차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UAM은 포화 상태인 도로를 하늘 위로 옮긴 것으로 개인용 비행체(PAV)가 도심 곳곳에 구축된 터미널을 오가며 승객을 수송하는 신개념 교통수단이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UAM 시장 규모가 2040년 1조 5000억 달러(약 1700조 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PAV 상용화 시기를 2028년으로 잡았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구상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전기차와 자율주행 관련 투자를 공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올해 3월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40억 달러(4조 8000억 원) 규모의 합작법인 설립을 마무리한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는 자율주행 전기차에 사용될 반도체와 배터리, 전자장치(전장) 개발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2018년 자동차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와 ‘아이소셀 오토’를 출시해 기존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사업영토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자율주행 프로그램 ‘오토파일럿’을 구동하는 반도체 칩을 제작해 공급하기도 했다.
성상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g-enews.com